매일신문

[사설] 고향사랑기부제, 정기 후원으로 이어 가려면

고향사랑기부제가 안착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기부가 끊긴 날이 없다. 성의 넘치는 답례품도 입소문을 탄다. 경북도와 각 기초자치단체에는 지난달 29일까지 3천500여 명의 기부자가 7억 7천만 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기부를 통한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 경제 활성화로 균형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에도 부합한다. 시행 한 달 만에 목도하는 고향사랑기부제의 현주소다.

아직 충분한 액수라 보기 어렵지만 시작이 반이다. 무엇보다 기부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인 현상이다. 고향사랑기부제의 모태인 일본의 고향납세제 역시 도입 첫해 금액은 865억 원에 불과했다. 이후 활성화를 위해 중앙정부와 각 현의 지원과 홍보 덕분에 2020년에는 7조 원이 넘는 액수에 이르렀다. 이제 첫발을 내디딘 우리로서도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원과 홍보가 뒷받침된다면 활성화까지 가는 길이 험난할 이유가 없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50%가 안 된다. 고향사랑기부제의 발전 가능성과 당위성은 충분하다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게 현실이다. 현장에서 "아직까지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해 잘 모르는 국민이 상당수인 반면, 지자체가 홍보에 쓸 수 있는 예산은 한정적이다. 정부 차원의 대국민 홍보를 늘리는 한편 기부 독려를 허용하는 등 일부 제도 개선이 필요할 수 있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는 까닭이다.

다만 지금과 같은 기세도 언젠가 변곡점에 맞닥뜨릴 것이다. 정기 후원의 단계로 넘어가야 할 지점이다. 기부자에게는 세액공제 지원을 강화하고, 지자체에는 홍보 방식 자율화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기부 방법과 절차도 간편하게 바꿔야 한다. 디지털 사용에 미숙한 일부에서 불편 사항으로 제기되는 것도 개선할 여지가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단발성으로 끝내고 말 퍼포먼스가 아니다.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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