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김정길 대구문화예술진흥원장

김정길 대구문화예술진흥원장
김정길 대구문화예술진흥원장

천주교대구대교구청 정문 앞에는 바위가 하나 세워져 있습니다. 바윗돌에는 큰 글씨로 이런 구절이 씌어 있습니다.

"너희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성경 누가복음에 나오는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를 빗대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그대로 새긴 글입니다.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강도에게 매를 맞고 피투성이가 돼 쓰러져 있었으나 길 가던 사제와 아래위 사람 두 명이 못 본 채 외면하고 지나가 버리는 걸 한 사마리아인이 보고 다친 사람을 일으켜 세워 기름과 포도주로 상처를 씻어주었다. 그런 뒤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주인에게 잘 보호해 주라고 숙식비까지 내준 뒤 비용이 모자라면 연락해 달라고 당부하고 갔다. 이때 "세 사람 중 다친 사람의 이웃이 돼 준 사람은 누구겠느냐"는 예수님의 물음에 한 율법사가 "그 사람에게 사랑을 베푼 사람입니다"고 대답하자 예수께서 하신 말씀이 바로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였다고 합니다.

이 말씀은 곧 어렵고 고된 삶을 사는 이웃을 돌봐 주고 사랑하라는 가르침의 비유일 것입니다.

요즘 문화경제학이란 학문이 다시 빛을 보기 시작하는 '문화가 경제를 움직이는 시대'에 우리 주변에는 창의력 있는 유능한 예술 청년 세대들이 넘쳐 나면서 일부는 K팝으로, 일부는 영화, 기악, 성악, 오페라 등 여러 장르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늘 속에서 아까운 창작 능력을 펴 보지 못한 채 모자람 속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청년 작가, 전업 작가, 원로 작가분 등 후원이 따르면 더 큰 빛을 드러낼 수 있는 예술인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피카소도 단 8명의 후원자 그룹이 띄워 올린 세기의 작가였듯이 우리 250만 대구 시민도 사마리아인의 마음으로 예술 사랑을 펼쳐 나가 주신다면 문화도시 대구의 미래가 새롭게 열릴 거라는 꿈을 꿔 봅니다.

프랑스는 국가 예산 중 문화 예산을 5%로 올린 이후 문화대국의 기틀을 잡았고 한국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 2% 목표를 공약했으나 이루지 못했고 지금도 1.4% 안팎에 멈춰 있습니다.

이탈리아 포도주에 뒤져 있던 프랑스 포도주가 병 라벨 디자인을 칸딘스키와 샤갈 등 당대의 최고 작가들에게 자문해 그려 받은 새로운 라벨을 붙인 뒤 세계 포도주 시장 매출액을 역전시킨 것도 문화가 경제로 들어가면 화학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CEO가 문화에 관심을 많이 가진 기업은 사원 이직률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제 우리 대구도 제2의 국채보상운동 정신으로 예술인을 지원하는 메세나 캠페인을 범시민운동으로 펼쳐 나갈 때가 됐습니다.

지역의 언론사들도 예술 사랑 메세나 시민운동에 동참 지원해 주기 위해 공익광고를 무상으로 1년 이상 후원해 주기로 약정해 줬고 이달 중으로는 대구 메세나협의회 창립도 실현됩니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도 나눔 열기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뜨거운 대구만의 공동체 의식의 저력이라 여겨집니다.

휴대전화로 한 번 누르시면 5천원의 후원금이 전달되는 예술 사랑 메세나 운동에 선한 사마리아인의 사랑으로 지원해 주시면 새해 아름다운 복(福)을 지으시는 보람이 되리라 믿습니다.

예술 사랑 메세나 캠페인은 예술인들에게 창작 기회를 넓혀 주고 시민들에게는 더 풍부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누릴 수 있게 하는 선순환 촉매제가 되리라 믿습니다. '예술 사랑' 운동에 시민 여러분들께서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 주시기를 청원드립니다.

예술 사랑 메세나 번호는 060-707-1212입니다. 1년에 단 두 번만 눌러 주셔도 대구의 자긍심을 세울 수 있습니다. 250만 대구 시민 10분 중 두 분만 참여해 주시면 연간 50억원의 후원금이 문화도시 대구를 꽃피우는 성과를 이뤄 낼 수 있습니다.

제2의 국채보상운동의 시민정신으로 예술 사랑 메세나 운동에 뜨거운 사랑과 관심을 보태 주시기를 간곡히 소망합니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출범 후 메세나 예술 사랑 운동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23억 원의 후원 약정을 받은 것도 시민 여러분께 보고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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