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종로구 안국동에 한국 최초의 공립 공예박물관인 서울공예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공예를 둘러싼 지식, 기록, 사람, 환경 등을 연구함으로써 공예가 지닌 기술적, 실용적, 예술적, 문화적 가치를 경험하는 역동적인 플랫폼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서울공예박물관의 개관전은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라는 제목으로 개최됐다.
'전통을 새롭게 보다/ 기능에서 조형으로 움직이다/ 일상에 의미를 더하다/ 재료와 기술에 도전하다' 라는 전시의 소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공예는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수용하며 개념과 제작 방식, 특성을 달리해왔다.
예술과 실용 사이의 경계에서 많은 논의를 불러일으켜 온 공예 예술의 분야는 현대에 들어서 기능으로서의 의미와 예술적 가치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쓸모에 의한 물건의 의미를 넘어서는 가치를 담아내기 위해 색다른 재료와 제작 기법을 연구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이어져온 공예가들의 노력은 일상을 전환하는 특별한 사물을 원하는 이들의 수요와 맞물려 오늘날 더욱 주목받고 있다.
거실의 소파, 테이블, 음식을 담는 그릇, 따뜻한 커피가 담긴 잔 등 우리의 일상에 공존하며 적절한 쓰임새를 제공하고 정서적 교감을 형성하는 모든 것이 공예품이다. 특히 현대에 들어서 큰 가구부터 작은 소품까지 기존의 형태와 다른 새로운 디자인과 색상으로 평범한 생활공간을 넘어 예술적인 감각을 담아 인테리어를 완성하고 예술품들 속에서 일상을 보내는 생활양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집 안의 사물들이 그것의 기능을 넘어 공간에 기품을 더해주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휴식을 제공하는 힐링의 역할까지 해내는 것이다.
또한 오늘날의 공예는 일반인에게 더욱 친밀히 다가갈 수 있는 '체험'의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작년 7월 TIVING 채널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프로그램 '환승연애 2'에서 출연자들의 데이트 코스로 등장한 썬캐쳐 도어벨과 터프팅 러그 만들기 체험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취미이다.
'썬캐쳐 도어벨'은 유리를 가공하여 원하는 모양에 색을 입히고 도어벨로 장식하는 유리공예이다. 중세 시대 화려한 색채와 빛이 빚어낸 아름다운 형상을 보여주는 스테인드글라스의 방식을 활용한다. 터프팅 러그 만들기는 터프팅(Tufting)이라는 방식을 활용하여 작품을 제작하는데, 흰 바탕 천에 색깔이 있는 섬유 다발을 끼워 넣고 접합하는 방식으로 원단에 터프팅 건으로 실을 쏘아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내는 섬유공예이다. 이 밖에도 퀼트, 리본아트, 프랑스자수, 목공예, 도자 등 다양한 공예품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공방이 인기를 끌며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새로운 취미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보가 부족하거나 비용이 부담돼 진입장벽이 높다는 의견 역시 존재한다. 공방을 일부러 찾아가거나 문화회관 등에서 수강하지 않으면 이러한 체험들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가까이 존재하는 예술 중 하나로 나의 일상 속에 존재하며 시각적인 즐거움뿐 아니라 실용적 가치까지 충족시키는 공예 예술 분야의 대중적 특성을 적극 활용해 모든 지역민들이 부담 없이 예술과 가까워지는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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