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네팔과 대만 등 동남아 2개국을 방문했다. 마차푸차레를 조망할 수 있는 오지에서 리조트를 운영하는 40대 네팔인은 한국어에 매우 능통하였다. 그의 아버지가 한국 산악인들과 오랫동안 히말라야 등반을 한 셰르파였다는 점이 한몫했겠지만 놀라운 일이었다. 대만에서 만난 가이드는 한국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자란 후 대만으로 이주한 화교였다. 대만에서는 한국인들을, 한국에서는 대만인들을 안내하는 게 그의 업이었다. 그런 연유로 그 가이드는 한국어와 중국어의 장단점과 차이를 꿰뚫고 있었다. 학문적인 차원이 아니라 업에서 체득된 직관적·실용적인 차원이었다. 그래서 언어에 관한 그의 코멘트가 더 다가왔다.
한국을 방문하는 대만인들은 한국 젊은이들이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는 속도를 보고 경악한다고 한다. 한자로 문자를 보내려면 특정 한자에 맞는 소리글자를 치면 그에 해당하는 한자가 많게는 수백 개가 나오고 그중에 뜻에 맞는 한자를 선택해서 눌러야 한다. 그래서 말의 속도에 맞춰 타이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희귀하다. 대졸 회사원 초봉이 월 140만 원 정도인 대만에서 법원, 국회 등의 속기사들이 5배 정도 많은 급여를 받는 이유이다. 중국어로 'Elevator'를 소리대로 표기하지 못하여 '전기 계단'이라는 의미의 전제(電梯)로 적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엘리베이터'로 표기할 수 있는 한글을 부러워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동안 이인화 작가의 신작 '2061년'이 떠올랐다. 이 작품은 한글의 원형인 '이도문자'를 소재로 한 타임슬립(Time slip) 소설이다. 이도문자는 세종대왕(이도)이 1443년도에 만든 한글의 원형이다. 2061년도에는 이도문자를 사용하는 인공지능(AI)이 세상을 지배한다. 이도문자는 초성, 중성, 종성을 결합하여 398억 종의 분절음을 표기할 수 있다. 아울러 인간어와 동물어, 기계어를 아우르고 언어와 소음의 경계를 허물었다. 인공지능이 이도문자를 자신들의 언어로 채택해 세계 공용어로 삼은 이유이다. 인공지능에 대항하는 세력들이 인공지능 권력의 원천인 AI 디지털 데이터의 기반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차지하기 위해 시간 여행을 통해 1896년의 제물포로 집결해 격돌하는 줄거리이다.
대한민국은 단일 언어 국가이다. 그래서 우리 헌법은 언어에 관해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자유로운 언어의 사용은 사람의 기본 조건으로서 행복추구권과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의 내용으로 헌법적 차원에서 보호된다. 사람의 사고와 감정은 소리와 의미를 결합시킨 기호체계인 언어를 통해 전달된다. 언어를 통해 사람은 주변의 환경을 인식하고, 이를 토대로 판단하게 된다. 언어는 사고와 감정을 단순히 표현하는 것을 넘어 형성하고 규정하는 기능도 한다.
언어는 문화와 패키지로 유통되고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람들은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어 언어에 대하여도 흥미를 가진다. 외국인들의 한국어와 한글에 대한 관심은 이미 시작돼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한류(Korean wave) 현상을 가져온 K-팝과 K-드라마의 근저에 한국어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순 CNN은 한국은 K-팝과 K-드라마를 세계에 가져왔고, 한국어가 다음일 수 있다는 보도를 하였다.
한국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언어이다. 언어 학습 앱인 듀오링고(Duolingo)의 '2022년 언어 보고서'에 의하면, 2021년 6월 기준 한국어 학습 이용자는 총 1천70만여 명이다. 이는 듀오링고 내 5억여 명의 학습자 중 7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중국어, 러시아어, 힌두어보다 앞서는 것이다. 반면 수년 동안 미래의 비즈니스 언어로 여겨져 온 중국어는 인구 규모 덕분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언어이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듀오링고에서 한국어에 뒤처져 8위를 차지했다.
필자에게는 '어록'으로 비친 화교 가이드의 코멘트는 다음과 같다. '한글은 컴퓨터 전자 시대에 가장 적합한 언어이다' '한국인들은 세종대왕에게 감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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