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신공항과 죄수의 딜레마

신공항을 건설을 두고 대구경북과 부울경의 갈등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2일 대구국제공항 2층 대합실 광고판에
신공항을 건설을 두고 대구경북과 부울경의 갈등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2일 대구국제공항 2층 대합실 광고판에 '2030년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개항'을 알리는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장성현 사회부 차장
장성현 사회부 차장

여기 두 명의 용의자가 있다. 두 사람에게는 3가지 선택지가 있다. 함께 범행을 숨기면 둘 다 형량이 낮아진다. 상대편의 범행을 자백하면 자신의 형량은 줄지만 공범의 형량은 늘어난다. 둘 다 범행 사실을 자백하면 가장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두 명의 용의자 모두에게 유리한 선택은 함께 입을 다무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자백할지 배신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선택은 '배신'이다.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다.

'죄수의 딜레마'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대부분 협동보다는 경쟁을 택한다. 단기적인 상황에서는 자신에게 더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은 결국 모두에게 손해로 귀결된다.

순항하던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이 암초에 걸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소위 위원장인 최인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과도한 특혜를 내용으로 한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을 저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만장일치제로 운영되는 소위 특성상 최 의원이 반대하면 신공항 특별법의 국회 통과는 가시밭길을 걷게 된다.

군위군의 대구 편입 법률안이 당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위원으로 있던 김형동 의원의 반대로 1년 가까이 표류했던 기억이 겹쳐 보이는 이유다.

최 의원이 내세운 반대 이유는 "대구경북신공항이 가덕도신공항보다 먼저 개항해서는 안 된다"로 귀결된다.

대구경북신공항이 최대 중량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규모로 오는 2028년 개항한다면 가덕도신공항이 주요 국제 항공 노선과 물류의 선점 효과를 빼앗기게 된다는 논리다.

막대한 국비가 소요되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기부대양여 초과 사업비 국비 지원 등도 과도한 특혜라고 주장한다.

최 의원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내로남불'이 도를 넘은 수준이다. 지난해 4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가덕신공항 사전타당성조사 결과를 보면 가덕신공항의 건설비는 13조7천억 원으로 추산됐다. 전액 국비다. 가덕신공항 사업도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됐다.

더구나 가덕신공항도 국회와 대구경북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부산은 최대한 공기를 앞당기고자 기본 설계가 나오면 바로 보상 절차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가덕신공항 주변 개발 예정 지역을 반경 10㎞에서 20㎞로 확대하는 내용의 특별법 개정안도 발의한 상태다. 부산 강서구와 창원시 진해구 일부만 포함된 개발 예정 지역을 창원과 거제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가덕신공항은 특혜로 점철돼 있지만 대구경북은 반대하지 않는다. 두 공항의 권역도, 역할도 달라서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서 벗어난 국토 균형 발전에도 분명히 도움이 된다

불신을 바탕으로 서로 발목을 잡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은 '팃포탯'(tit-for-tat) 전략이다. 이 전략은 이전에 상대방이 했던 전략을 그대로 따라하는 게 핵심이다.

이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반드시 첫 번째 선택에서 협동을 선택해야 한다. 상대방이 배신하기 전까지 자신도 배반하지 않고, 상대가 설령 배신하는 선택을 했더라도 지속적이 아니라면 상대방을 용서해주는 전략도 필요하다.

딜레마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려면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공항을 위계화하고 지역 갈등을 유발하거나 부추겨서는 안 된다.

오는 16일 열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소위가 '신뢰'와 '협력'의 위력을 증명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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