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님 같았으면 어떻게 하셨겠습니까?"
한나는 정말 몰랐다. 그녀 자신이 어떻게 달리 행동해야 했는지, 어떻게 달리 행동할 수 있었는지를. 한나는 글을 몰랐고, 사유의 깊이가 얕았고, 그러므로 그녀의 상황판단 능력은 부족했기에.
'책 읽어주는 남자'는 성과 사랑, 문맹으로 인한 삶의 에너지 상실, 무지한 행동의 비극적 결과, 전후 독일의 시대사, 개인의 자유와 품위, 그리고 주체로서의 인간에 대한 철학적 문제 등 굵직하고 묵직한 주제들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지적 사고에 대한 전투력을 높이는 주제들로 인해 독서토론 추천 도서로 단골인 이 책을 '책 읽기'를 말함에 있어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한나는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했다. 그 때문에 운전자 교육을 받으면 승진을 시켜주겠다는 전차회사에서 도망쳤고, 그 때문에 지멘스에서 승진하는 일도 마다하고 강제수용소 감시원이 돼 수감자들을 아우슈비츠로 보내어 죽음에 이르게 했다. 한나는 숱한 삶의 결정 앞에서 깊이 생각하지 않고, 시류에 순응하는 삶을 택함으로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범죄자가 됐다.
그녀는 자신의 결정과 그에 따른 행동에 대하여 한 번도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사유의 첫 단계는 '읽기'고, 이어 의문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한나는 재판장에서야 비로소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내가…내가… 지멘스에 취직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인가?" 이동진 평론가가 해당 소설의 영화 '더 리더'에 붙인 코멘트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말이 참으로 와닿는다.
주인공 미하엘은 사랑과 죄의식으로 한나에게 '책 읽어주는 남자'가 된다. 소년 시절 그랬던 것처럼 어른이 된 그는 교도소에 있는 그녀에게 '오디세이아'를 녹음해 10년간 보내주었고, 그렇게 그녀의 글 읽기는 그와 함께 시작됐다. 한나는 읽는 법을 배운 뒤로 강제수용소에 대한 책들을 읽으면서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를 깨닫게 되고 죽음을 택함으로써 속죄한다.
왜 책이어야 하는가를 매번 되풀이하는 것은 매 순간 새롭게 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심삼일이 될지라도 계묘년의 출발선에서 책에 가까워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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