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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새책] 사연 있는 그림

이은화 지음/ 상상출판 펴냄

프랑스 파리 오랑주리미술관에 전시돼있는 모네의 작품. 매일신문 DB
프랑스 파리 오랑주리미술관에 전시돼있는 모네의 작품. 매일신문 DB

사연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TV, 라디오, SNS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누군가의 사연을 접한다.

사연을 듣는다는 건 타인과 타인의 상황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다. 단편적인 면만 보고 생겨난 오해와 편견을 지워내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어떤 대상과 친해지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에 얽힌 사연을 듣는 것이다.

사연없는 사람이 없듯, 모든 미술 작품에도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의 80%가 방문의 이유로 꼽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언제부터, 왜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 걸까. 보기만해도 심란해지는 뭉크의 '절규'는 어떻게 작가의 대표작이 됐으며, 무엇때문에 이 그림을 그렸을까.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화가 니키 드 생팔은 왜 붓이 아닌 총을 들고 그림을 그렸을까. 뒤샹의 변기는 어떻게 현대미술의 신화가 됐을까.

미술가, 평론가, 칼럼니스트, 독립 큐레이터, 교육자 등 미술과 관련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뮤지엄 스토리텔러' 이은화 씨가 직접 조우했던 작품과 그 작가들에 대한 사연을 소개한다.

반 고흐, 피카소, 앤디 워홀 등 잘 알려진 화가들을 비롯해 걷는 것으로 조각을 만드는 리처드 롱, 꽃가루나 돌처럼 자연에서 얻은 유기적 재료로 작업하는 볼프강 라이프 등 조금 낯선 이름의 현대미술가들도 등장한다.

화가의 생애뿐만 아니라 명작의 가치, 부자들의 소유 욕망에서 비롯된 그림 가격에 관한 얘기도 흥미롭다. 1990년, 경매 사상 최고가 그림이었던 고흐가 그린 초상화를 낙찰 받자마자 자신이 죽을 때 함께 화장해달라고 했던 어느 일본기업 회장의 기막힌 유언 등이 그것이다.

언젠가 떠날 여유가 생긴다면 직접 그림 앞에 서보고싶다고 느낄 독자들을 위해 지은이는 친절하게 스페셜 페이지를 마련했다. 책 속에 나온 그림을 볼 수 있거나 해당 작가의 작품을 다수 소장한 미술관들을 소개했다. 루브르 박물관부터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내셔널갤러리 오브 아트, 드 퐁트 현대 미술관까지 23곳의 기본 정보와 그에 얽힌 사연 또한 디저트 같은 즐거움을 준다.

책에 소개된 32인의 예술가는 지독한 가난과 사회적 차별, 끔찍한 성범죄, 가족의 죽음 앞에서도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나아갔다.

일상의 밝고 행복한 순간들을 화폭에 담은 르누아르는 그림과 반대로 생활고와 전쟁을 겪고 비평가들의 조롱까지 받았지만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남는다"는 말을 남겼다.

수많은 시련 앞에서도 묵묵히, 치열하게 자신의 길을 걷고 성취를 이룬 예술가들의 사연은 단순한 사연을 넘어 우리에게 삶의 영감과 용기를 준다. 그들의 사연에 공감하다보면 어느새 미술과도 친해져있을 것이다. 296쪽, 1만7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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