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컬러풀’도 ‘파워풀’도 아닌…

대구의 미래 청사진과 도시 색깔은?
일본 삿포로, 중국 상해, 이탈리아 로마를 배우자

여론특집부 차장
여론특집부 차장

대구의 도시 색깔은 뭘까? 권영진 전 시장의 '컬러풀'(Colorful), 홍준표 현 시장의 '파워풀'(Powerful)에 공감이 가지 않는다. 대구의 동맥인 달구벌대로를 달리며 좌우를 살펴보면 특별한 감흥이 생겨나지 않는다. 그저 상가 빌딩과 아파트 숲뿐이다. 딱 떠오르는 이미지는 '그레이풀'(Greyful). 근대 100년의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도시와는 정반대 이미지다.

컬러풀과 파워풀은 뭔가 맞지도 않다. 컬러풀은 다양성을 표방하고, 파워풀은 역동성을 표현한다지만 현재 '대구'는 둘 다 아니다. 전국 최대 아파트 미분양 도시만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중구 도심의 아파트 재개발단지나 동구 신서혁신도시 주변, 북구 금호지구 등지를 가면 초고층 아파트 대단지가 필요한가 의구심이 든다. 권 전 시장이 재임 시절 도시 전반에 대한 청사진 없이 마구잡이식 인허가를 남발한 거 아닌가 원망도 하게 된다.

도시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대구시 신청사 이전도 '컬러풀'과 '파워풀'이 맞부딪쳐 답보 상태에 빠졌다. 권 전 시장은 시민공론화위원회를 거쳐 달서구(두류정수장 부지)로 결정했지만 홍 시장은 대구시 부채 증가를 이유로 시청 이전을 '올 스톱'시켜 놓았다. 전·현 시장 모두 도시의 좋은 이미지와 색채를 가꿔가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대구는 무색무취 회색 도시로 변모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 나라 제4의 도시 대구의 위상은 어떤가?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인천을 수도권으로 분류하면 서울과 부산에 이어 제3의 도시인데 안타깝기만 하다. 지난해 말 대구시의 인구는 정확히 236만3천691명으로, 한 해 동안 순유출만 1만2천 명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GRDP(지역내총생산)도 20년 동안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가 없어 청년들이 떠나는데, 기득권 카르텔은 더 견고해지고 있다.

해외를 다니다 보면 대구는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난주 일본 삿포로를 다녀왔다. 100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했다. 오타루 운하는 50~100년 전 냉동창고를 그대로 살려, 도시의 운치를 더했다. 냉동창고는 미술관이나 기념품 가게 등으로 대변신을 시도했다. 삿포로 시내를 제외하고는 10층 이상의 건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5년 전 이탈리아 로마에 갔을 때도 도시는 이래야 한다고 느꼈다. 구시가지는 1천500~2천 년 전 모습 그대로이고, 외곽 베드타운만 아파트 단지와 고층 빌딩이 즐비했다. 구시가지는 로마제국의 향취를 느낄 수 있도록 관광지로 개발하고, 신시가지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대 건축양식으로 만들어 놓았다. 2천만 명이 살고 있는 중국 상하이도 도시계획국이 도시를 설계하고, 고층 빌딩의 야간 조명까지 엇비슷한 형태가 나오지 않도록 조율하고 있다. 고미술·골동품 거리도 따로 조성해 놓았다.

대구는 근대 100년이라는 역사와 전통을 갖고도 매력 없는 시멘트 도시로 전락하고 있다. 비록 사창가이지만 100년 가까이 버텨온 자갈마당(중구 도원동) 역시 스토리텔링(기생 '앵무'의 국채보상운동 참여)을 가미해 초고층 아파트를 지을 것이 아니라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한 공예품 거리로도 조성할 수 있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대구의 정체성을 드러나는 색채를 입히자. 매력 없는 도시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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