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 3세 여아 바꿔치기' 증거부족으로 무죄…사체은닉 미수만 집유형

정황증거 다수 있지만 확신 어렵고 범행 동기나 방법 설명 안 돼
사체은닉미수 혐의만 유죄, 징역 3년 집유 2년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 석모(50)씨. 연합뉴스

자신이 낳은 딸과,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손녀를 바꿔치기 한 혐의(미성년자 약취 유인 등)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이 파기환송심에서 '바꿔치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다수의 정황 증거가 있지만 반박할 여지 역시 크고, 범행 동기나 방법을 여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대구지법 형사1부(이상균 부장판사)는 2일 미성년자 약취 및 사체유기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석모 씨에게 사체유기미수 혐의만 유죄로 인정,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피고인 석모 씨는 지난 2018년 3월 31일부터 4월 1일 사이 구미 한 산부인과에서 친딸인 김모 씨가 낳은 여아를 자신이 몰래 출산한 여아와 바꿔치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석 씨는 지난해 2월 김 씨가 살던 빌라에서 김 씨가 키우던 여아가 숨진 것을 확인하고 시신을 매장하고자 박스에 담아 옮기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더해 2심까지 징역 8년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상고심에서 아이를 바꿔치기 했다는 확증이 없다며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모든 증거를 종합해 보더라도 피고인이 출산을 했는지, 출산 했더라도 아이를 바꿔치기 했다고 볼 수 있는지 등 2가지 쟁점 모두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파기환송심에서 재차 실시한 유전자 감정 결과에서도 사망한 아이가 99.9999%확률로 석 씨와 친자관계가 성립한다고 나왔지만, 법원은 이것만으로 석 씨가 사망한 아이를 낳고 자신의 손녀와 바꿔치기까지 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석 씨의 딸 김 씨가 한사람의 몸 안에 둘, 또는 그 이상의 유전적으로 구분되는 세포를 가지는 '키메리즘'을 갖고 있어 석 씨의 DNA형을 함께 가질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는 이론적 근거도 언급됐다.

검찰은 석 씨의 행적을 통해 석 씨가 임신 및 출산을 했다고 의심할만한 정황 다수를 제시했다. 반면 법원은 이것들이 여전히 확증으로 삼기에는 부족하다고 봤다.

우선 피고인이 사건 전후 약 1년 간 인터넷 쇼핑몰에서 생리대를 구입하지 않았고, 임신 관련 앱을 설치했다 삭제한 기록이 있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생리대 온라인 구매 빈도가 애초에 높지 않았고, 앱 실제 사용 여부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했다.

피고인이 근무하던 공장에서 2018년 1월 27일 퇴사하고, 같은해 2월 26일 재입사한 사실 역시 판단을 어렵게 하는 근거가 됐다. 피고인의 퇴사 및 재입사 경위를 확인할 수 있는 명확한 자료가 없고, 피고인이 그해 3월 출산을 위해 퇴사했던 것이라면 출산이 임박한 그해 2월 26일 재입사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은 석 씨가 2018년 3월 6일 조퇴하고 다음날 결근한 시점에 출산을 의심했는데, 법원은 석씨가 그해 3월 1일부터 4월 10일까지 대부분 연장 근무를 실시하는 등 장시간 근무한 사정이 출산 직후 여성으로 보기에 부자연스럽다고 짚었다.

신생아실 근무 간호사 증인 신문 결과 아이 발목의 식별띠가 분리된 사진, 체중 감소 기록 등 역시 이례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놨다.

재판부는 "석 씨가 출산을 했다면, 아이를 어디서 출산했는지, 아이를 바꿔치기 하기 전까지 아이를 누가 어디서 어떻게 돌봤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전혀 확보되지 않았다. 석 씨가 아이를 바꿔가며 양육하려 했다면 그 동기 역시 설명하기 어렵다. 제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아이를 바꿔치기 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석 씨는 스스로 시인한 사체은닉미수에 대해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실체를 그대로 드러낼 정도로 심리할 방법이 없어서 안타깝고 곤혹스러웠다. 만약 사망한 아이가 석 씨의 딸이라 가정한다면 김 씨의 딸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할텐데 그렇지 못해서 안타깝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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