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너희들은 공항 없이 살아라

정태옥 경북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장(교수)

정태옥 경북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장(교수)
정태옥 경북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장(교수)

우리나라 지도를 펼쳐보면 조선 시대 이후 전통적인 내륙 도시들은 대부분 도시 발전 정체의 기로에 서 있다. 일제겅점기 시대 이후 항구를 끼고 있는 지역들에 신흥 도시들이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1960년대 박정희 시대 수출 주도 산업화가 추진되면서 해안가는 항구 도시와 함께 상전벽해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외국으로부터 석탄, 철광석, 원유 등 원자재를 수입하여 그 현장에서 제철 자동차 석유화학제품 등을 생산하여 바로 수출하는 산업구조 때문이다. 우리 대구 발전 역사도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변화와 비슷한 궤도를 가져 지금은 정체기에 있다.

중화학공업 시대에는 항구를 가지고 있는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들은 발전 속도에서 큰 차이를 가져왔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ICT산업이 발전하고 2000년대 들어서는 산업의 주류가 4차 산업으로 구조가 변하고 있다. 물류의 중심이 항구에서 공항으로 이전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 기준으로 우리나라 항공화물은 무게로는 겨우 0.2%에 불과하지만 수출액으로는 27%에 해당한다. 아마 지금은 이보다 항공화물의 비중이 훨씬 더 커졌을 것이다. 하물며 관광용이 아닌 여객 수송은 거의 100% 항공편에 의존하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 항공 정책은 1개의 관문 공항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인천공항에 모든 여객과 항공화물을 몰아주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 이전 우리나라 항공여객은 연평균 7%씩 성장하고 있었다. 10년마다 항공여객이 두 배씩 된다는 뜻이다.

1관문 공항 정책이 계속된다면 인천공항을 거의 10년마다 두 배씩 용량을 늘려야 한다.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영남이나 호남 지역 사람들이 외국을 한 번 가려면 새벽잠 깨어 기차 타고 버스 타고 허겁지겁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출국하면 외국 땅 밟기도 전에 기진해진다.

요즘 중앙 일간지를 비롯하여 중앙 언론들은 거의 매일 TK신공항, 가덕도신공항, 광주공항 이전을 때리고 있다. 지역이기주의와 야합에 의한 졸속 추진이라고 난리다. 예타도 거치지 않고 큰 예산을 낭비하고, 고추나 말리려는 공항을 좁은 나라 곳곳에 정치인들이 인기에 영합하여 추진한다는 논조다.

우리나라 1인당 소득은 3만5천 달러를 넘겼다. 결론만 먼저 말하면 1인당 소득 3만 달러에 인구 500만 명이면 번듯한 국제공항 하나쯤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은 국내 항공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우리와 비교하기는 곤란하지만, 지역별로 소득 3만 달러를 넘고 배후도시 인구가 200만~300만 명이 되면 국제공항을 지었다.

옛날, 공항이 효도관광이나 신혼여행으로 주로 이용될 때는 행복한 마음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기차 타고 버스 타고 새벽부터 부산을 떨어도 행복했다. 그런데 이제 공항은 산업이고 비즈니스다. 가까이 있어야 하고 편리해야 한다. 시간과 편리성에서 비즈니스의 성패가 나뉜다.

그런 의미에서 500만 명의 배후 인구를 가진 지역들도 국제공항이 필요하다. PK는 800만 명, TK 500만 명, 호남 500만 명이다. 우리도 제대로 된 공항이 필요하다. 그래도 너희들은 공항 없이 살라는 너희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 '내로남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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