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서관 태부족] '기적의도서관' 계기로 할머니 그림작가 낳은 순천시

2017년 순천시립 그림책도서관에서 그림 배운 할머니 20명, 미국 진출 어엿한 작가님으로

순천시립 그림책 도서관에서 그림을 배워 미국 무대에 진출한 순천 할머니들. 순천시 제공
순천시립 그림책 도서관에서 그림을 배워 미국 무대에 진출한 순천 할머니들. 순천시 제공

전남 순천시 '기적의도서관'은 2003년 MBC 예능 프로그램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코너가 '책읽는사회문화재단'과 기획한 어린이도서관 만들기 프로젝트의 1호점이다. 이곳을 시작으로 전국에 기적의도서관 15곳이 생겼다. 순천은 이를 계기로 명실상부 '도서관 도시'가 됐다.

순천시립 그림책도서관은 2017년 김중석 그림책 작가를 초청해 권정자, 김덕례, 김명남, 김영분, 김유례 등 할머니 20명에게 그림수업을 펼쳤다. 동그라미·세모·네모조차 삐뚤삐뚤 그리던 이들의 그림이 나중엔 SNS에 모인 팬들의 크라우드펀딩 참여를 통해 서울 전시회를 열기에 이르렀고, 그림책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출판사 남해의봄날)를 출간해 미국·이탈리아 도서전에 진출하기에 이르렀다.

나옥현 순천시 청년정책과장(전 도서관운영과장)은 "가정에서 할머니, 아내에 그쳤던 어르신들이 '작가님'으로 존경받고 인세를 받는 경제주체로 자존감을 키웠다. 그러면서 신체 건강까지 되찾는 등 인생이 달라졌다"며 "도서관을 매개로 한 문화복지가 노인에게도 큰 도움이 됨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순천시립 그림책도서관에서 그림을 배운 라양임 작가가 그린 초상화. 순천시 제공
순천시립 그림책도서관에서 그림을 배운 라양임 작가가 그린 초상화. 순천시 제공

이 밖에도 사립 공공도서관의 모범 사례인 경기 용인시 느티나무도서관, 국내 첫 미술특화도서관인 의정부 미술도서관, 전국 최초 음악도서관인 파주 가람도서관 등이 대도시에 비해 부족한 지역 문화시설을 채워주고 있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공공도서관의 경제적 가치 측정 연구'에 따르면 국내 공공도서관 서비스의 투자이익률(ROI)은 3.66으로 나타났다. 도서관에 1억원을 투자하면 3억6천600만원의 효과를 낸다는 뜻이다.

지자체의 관심만 높다면 분명 지역민 삶도 개선할 수 있다는 게 도서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경북도서관 운영위원인 심효정(전 한국도서관협회 기획정책본부장) 성균관대 한국사서교육원 교수는 "도서관은 문화 기반이 부족한 지역일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정보와 지식 접근성이 낮던 청소년은 꿈을 키우고, 어르신에게는 새 삶을 찾는 중요한 장소가 될 것"이라며 "독서의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만큼 지자체는 장기적 가능성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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