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스승의 마음

김나영 소프라노

김나영 소프라노
김나영 소프라노

"선생님 만나서 행복했습니다." 며칠 전 제자들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마음이 뭉클하고 고마웠다. 사실 작년까지 계약된 학교를 떠나게 되면서 학생들에게 더 이상 보지 못할 것 같다는 연락을 보냈다. 제자들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 미안함을 제자들의 짧은 한마디가 따뜻하게 위로해줬다.

배움의 시절, 선후배와 사제지간 자리가 엄격한 수직관계 속에서 노래를 했다. 음악이란 학문을 위해 발을 들인 이곳에서 '라떼는 말이야'로 치부되며 이어지는 나쁜 관습과 갑을 관계에서 나오는 무언의 폭력에 휘둘리곤 했다. 창의적 사고가 꽃피워야 할 어린 시절에 눈치와 좌절을 먼저 배웠다.

유학을 다녀와 최근 몇 년간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한 스승님은 조금만 눈 밖에 났다 싶으면 투명인간 취급하고 무시하다가 '마음'이라고 표현되는 무언가를 바쳐야 그제야 기분이 풀리셨다. 제자를 응원해 주시기는커녕 질투하기에 급급하셨다. 늘 누가 날 더 잘 모시나 저울질하고 판단해 사람을 피 말리게 하셨다.

이에 반해 필자가 존경하는 다른 스승님은 기분을 태도로 보이지 않으시고 진정으로 내가 행복하길 바라셨다. 늘 눈빛과 말투로 온기를 뿜어내주셨고 진심으로 응원해 주셨다. 항상 먼저 배려해 주시고 베풀어주셨다. '올려쳐 사랑'을 원하시는 스승님과는 달리 '내리사랑'을 톡톡히 보여주셨다.

누군가의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흔들 수 있는 대단하면서도 무서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거운 책임감이 뒤따른다.

하지만 또 하나의 아름다운 우주를 만들어가는 보람찬 일이다. 먼저,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고 학생의 장점을 찾아내 긍정적으로 예언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학생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 눈빛, 말투가 포옹이 될 수도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진심으로 응원해 주고 먼저 낮아져야 한다. 명확한 가르침 속에서 계속 꿈꿀 수 있게 해야 한다.

본이 된 스승에게서 훌륭한 제자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또 그 제자들이 본이 되어 좋은 제자들을 키워낼 것이다. 상호 존중되는 관계는 아름답다. 말도 탈도 없다. 수평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올바른 사제지간이 많아지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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