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칸 앞잘 아흐메드의 인도는 지금] 인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①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인도…모디 총리 글로벌 정책 성공적
저임금 노동력, 제조·대투자 기회…한국 투자자에 유리

사진설명: 지난해 11월 15일 인도네시아 발리 캠핀스키호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정상 대기실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설명: 지난해 11월 15일 인도네시아 발리 캠핀스키호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정상 대기실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나라, 2030년이면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 되는 나라. 바로 인도다.
매일신문은 떠오르는 인도 시대를 미리 대비하기 위해 '포스트 중국 인도는 지금' 시리즈를 시작한다. 인도 뉴델리 출신으로 네루대학을 나와 경북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칸 앞잘 아흐메드 경북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이 안내하는 인도로 가보자.

올해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많은 선진국들이 처한 경제 성장의 둔화 문제와 그 원인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제기되었다. 이 와중에 한 국가가 종종 긍정적인 대상으로 언급되며 크게 주목받았다. 바로 인도였다. 인도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유럽의 여러 선진국들이 잠재적인 경기 침체의 위기에 처해 있으며 미국의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 경제국들 사이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IMF는 중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2023년에 다시 글로벌 성장을 앞지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중국의 국내총생산은 4.5% 증가할 것으로 보여 인도의 6.8%보다 매우 낮다.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인도가 2030년까지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의 경제 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서양의 대만 반도체 의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인도는 글로벌 반도체 허브가 되려는 야망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스마트폰 제조 허브도 꿈꾸고 있는데, 애플이 미·중 갈등 가운데 아이폰 제조 공장을 인도로 이전시키기를 원한다고 한다. 이처럼 현재 인도는 디지털 결제 분야의 세계적인 리더로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태양열, 풍력 및 녹색수소 생산을 포함한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빠르게 개발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모디 정부가 내건 '인도에서 제조'와 '직접투자' 등의 정책들은 해외 기업에 제조 및 투자 면에서 시설을 최대한 제공하면서 인도를 세계 제조의 새로운 허브로 만들고 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세계 생산 시설의 이전, 제조업 투자, 에너지 변환, 선진 디지털 인프라 구축 등 경제 호황을 누릴 조건들을 만듦으로써 모디 총리가 인도를 세계의 경제 시장으로 격상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G-20 정상회의 의장국 '인도'

이런 긍정적인 경제 상황 속에서 인도는 2023년 9월에 열릴 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을 맡았다. G-20 회의는 1999년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세계 금융 및 경제와 관련된 문제를 심의하는 플랫폼으로 구상된 것이다. 이후 2008년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국가 원수를 대상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가, 현재는 글로벌 다자주의의 위기 속에서 세계 GDP의 80% 이상, 세계 무역의 75% 이상, 세계 인구의 60% 이상을 대표하는 글로벌 문제를 논의하는 최고의 포럼이 되었다. 이 회의의 2023년 의장국이 된 후 모디 정부는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통해 인도의 글로벌적인 리더십과 국가 내부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도 고문헌인 〈우파니샤드〉(Upanishad) 속 명구, '바수대브 꾸뚬바깜'(Vasudhiv Kutumbakam), 즉 '하나의 지구, 하나의 가족, 하나의 미래'를 G-20 회의의 주제로 내건 것에서 이와 같은 모디 정부의 열정적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모디 총리는 "세계가 희망을 품고 G-20을 바라보고 있다"며, "인도는 폭넓고 결단력 있는 의장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약속한 후, 암리트칼(Amritkal), 즉 '불멸의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 선언하였다. 인도가 세계 경제 강대국이 되면서 다시 고대의 융성함(Prosperity)과 세계 리더십(Vishva Guru)의 자리를 되찾아 지속적으로 그 영광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인도는 2022년 8월 15일 독립 75주년 기념일로부터 독립 100주년을 달성하기까지 총 25년의 시간을 통해서 인간 중심적인 접근 방식으로, 미래지향적이고 포용적이며 번영을 누리는 사회로 변신하고자 다짐하고 있다.

이런 만큼 인도는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의 역할을 크게 기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인도 수교 50주년으로 양국 간의 관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해이다. 양국은 수교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그 나름대로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양국의 외교장관이 활발한 대화를 통해서 경제·개발협력, 인적·문화 교류 등 제반 분야에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내실 있게 발전시켜 나갈 것을 합의하였다. 박진 외무장관이 인도 측의 G-20 외교장관회의 초청에 대해 인도 외무장관에게 사의를 표하였고, 다가오는 3월 초에 인도를 방문하겠다고 하였다. 한국의 지난 정부 신남방 정책은 한국과 인도 양국 교류에 있어서 모범적인 시도이기는 했으나 특별 전략적 동반자로서는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 조응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집중하여 진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인도 수교 50주년을 기점으로 양국 간 관계 개선과 G-20에서 한국 정부의 적극적 경제 동반자 역할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에 기회의 시장

포스트 중국 시대에 중국을 이겨 세계 인구 1위가 된 인도는 한국에 있어서 저임금 노동력, 제조와 대투자의 거대한 기회의 시장이다. 인도와 중국의 국경 문제, 한·중 간의 다양한 갈등 문제로 인해 국제관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인도와 한국을 더 가깝게 만드는 전략이 될 수 있다.

한국이 기대하는 그 모든 것들이 인도에 있다. 세계에서 가장 젊은 인구 구조와 모디 정부의 경제발전 정책은 한국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모디 정부는 중국과 국경 문제가 발생하자 2020년에 중국어를 제2외국어에서 제외시키고 한국어를 그 자리에 올렸다. 한국과 당당하게 손을 잡자는 의도였다. 코로나 시기 OTT를 통해 한류가 급속도로 확산되었고 현재 인도 젊은 층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푹 빠져 있다. 즉, 한국 투자자를 위한 인도 시장의 분위기가 매우 잘 형성되어 있다. 쇠는 뜨거울 때 쳐야 좋은 모양이 나온다. 지금 인도 정부는 한국의 참여를 고대하고 있다. 한·인도 수교 50주년이야말로 인도와 더 가까이 가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모디 총리는 한국의 급성장 모델과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에 깊은 감명을 받은 인물이며, 그는 이 사실에 대해 자신의 연설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지도력과 경제개발 정책을 이상적 모델로 설정하고, 인도에서도 그런 경제성장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모디 정부의 끊임없는 '해외 직접투자' '인도에서의 제조' 정책 등을 통해 인도는 경제적으로 과거의 식민제국이었던 영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 강대국 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모디 총리가 실시한 기타 여러 정책들은 실패한 국면에 처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농업개혁' '농촌개발 정책' 및 스마트시티 사업이다. 지난해 개최된 '한·인도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 강연을 맡은 전 인도 대사 스칸드 타얄은 "한국의 새마을운동 사업 모델이 모범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한국 정부에 인도의 특별 전략 동반자로서, '새마을운동 사업' 또는 한국국제협력단의 인도 진출 방안을 제안해 주고 싶다. 인도 정부의 실패한 정책들을 살리는 동시에 쌍방향의 윈윈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인도는 농업개혁, 농촌개발, 신도시 건설 등의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이 한국이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인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러와 미·중 패권 싸움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본 국가가 인도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인도를 향해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열어야 할 때다.

칸 앞잘 아흐메드(경북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afza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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