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재명 "대통령 직접 오셨으면 어땠을까"…이태원 참사 100일, 국회 공식 추모제

국회 생명안전포럼·초당파적 모임 통해 공식 추모제 개최
정진석 "정부·집권 여당, 사회적 참사에 무한 책임"
김진표 의장 "영국 힐스버러 압사사고 34년 흘러도 경찰이 사과"
유가족들, '진상규명·분향소 마련' 촉구 "서울광장 분향소 철거 땐 극단 선택"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 등이 기독교 추모의례에 맞춰 손을 잡은 채 기도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진표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정 비대위원장, 정의당 이정미 대표. 연합뉴스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 등이 기독교 추모의례에 맞춰 손을 잡은 채 기도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진표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정 비대위원장, 정의당 이정미 대표. 연합뉴스
5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헌화를 마친 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헌화를 마친 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산 이태원 참사 100일을 맞아 국회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추모제가 거행됐다.

이날 행사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대표들은 참사 원인과 진상을 밝히고 다시는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서 이종철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전날(4일) 서울광장에 설치한 분향소를 서울시에서 내일(6일) 철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이를 철거할 경우 유가족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라도 막겠다고 밝혔다.

5일 여의도 국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회 추모제'는 국회 생명안전포럼 소속 의원들이 이태원 참사 추모제를 추진하기 위한 초당적 국회의원 모임을 통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는 김진표 국회의장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등 각 당의 대표와 여야 의원들,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피해자, 이태원 상인, 종교인 등이 참석했다.

추모제는 기독교와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각 종교의 추모 의례와 함께 시작됐다.

추모사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유가족들을 향해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오늘 추모제를 계기로 우리 국민 모두가 저 하늘의 별이 된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지난 1989년 영국 셰필드 힐스버러 스타디움에서 축구 경기 도중 94명이 압사한 사고에 대해 최근 영국 경찰이 대응에 실패한 것이 비극의 원인이라고 고백하고 사과했다며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며 재발 방지책을 세우는 것은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참사 이후에도 정부와 여당은 바뀌지 않았다면서 "희생자 생명을 지키지 못한 국가는 유족의 슬픔과 고통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성역 없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을 위해 당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대통령께서 직접 오셔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해주셨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16년 당시 가습기 살균제가 발생한 이후 참사 수습을 위해 특별법과 피해자 구제 대책을 마련했던 사례를 거론하며 당시와 마찬가지로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정부와 집권 여당은 사회적 참사에 무한 책임이 있다"며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대형 사회적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21일 유가족들에게 최선의 노력을 약속드렸지만 100일 동안 피해자 유가족들 입장에서 미흡한 점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안다"며 "유가족 여러분들과 함께 미래를 바라보면서 집권 여당의 책무를 다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질을 거듭 요청했다. 이 대표는 "정부조직법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안전 및 재난에 대한 정책을 수립·총괄하고 비상 대비 등 사무를 관장한다"며 "정부가 유족들의 억울함을 단 한 가지라도 제대로 풀어드렸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이상민 장관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아직도 모르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이 장관을 인선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도 "인선 실패를 통감하고 유가족 앞에서 제대로 사과해 달라"고 밝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지난 2009년 호주 빅토리아주 산불을 조사한 왕립위원회는 17개월이라는 충분한 조사 기간 동안 피해자들과 26번의 간담회를 갖고 이를 모두 공개했다"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용 대표는 "(과거 선진국의) 아픈 선례들이 지금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지를 가리키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선진국들의 사례에서 배워 미래를 위해 참사 진상 규명을 면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초 신고자와 사고 생존 피해자 등이 단상에 올라 당시 현장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사고 이후 겪은 일들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이들은 사건 책임자들의 사과와 사건의 진상규명이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유가족 대표로 단상에 오른 이종철 대표는 참사 이후 고통은 이를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에도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태원에서 숨이 다한 아이들을 다음 날 경기도 외곽의 영안실에서 마주하는 부모는 다시는 없어야 한다"며 독립적 조사 기구를 통한 진상규명과 전 피해자를 모두 모실 수 있는 분향소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4일 서울광장에 설치한 분향소를 서울시에서 6일 오후 1시에 철거하겠다고 알려왔다면서, 이날 분향소를 철거할 경우 유가족들이 분신을 시도하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 등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김 의장, 이종철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 김영주 국회부의장,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연합뉴스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 등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김 의장, 이종철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 김영주 국회부의장,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연합뉴스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유가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유가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4.16 합창단이 추모 공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4.16 합창단이 추모 공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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