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4일 누적 관객 수 223만 명을 돌파,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3위에 올랐다는 뉴스가 눈에 들어왔다.
코로나19가 주춤해지면서 해외여행이 재개되자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383만여 명 중에서 한국인이 101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는 통계가 나왔고 올 들어 급증한 해외 여행객의 45%가 일본을 찾았다고 한다.
3년여 전 한일 갈등 당시 불이 붙은 '노(NO)재팬' 운동이 무색하다. 다른 진영을 향해 '토착왜구'라고 몰아붙이는 등 반일 감정을 부추기면서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노재팬'이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동학농민혁명 당시의 '죽창가'를 페이스북에 게재, 반일 선동에 나섰고 정치 신인 윤석열이 대선 출마에 나서자 죽창가를 다시 올려 친일 공세에 나선 적도 있다.
'노재팬' 캠페인은 그래서 정치운동이었다. 일본을 옹호하거나 두둔하는 것 외에도 '유니클로' 브랜드만 입어도 토착왜구로 낙인찍히던 시절이었다.
그랬던 그들이 슬램덩크에 환호하고 관련 캐릭터를 수집하고 일본 여행에 나서는 국민을 향해 다시 '노재팬' 운운하거나 토착왜구라고 비난을 퍼부을 수 있을까 궁금하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국내 관객들이 환호하고 일본 여행을 간다고 친일 성향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슬램덩크는 학창 시절 만화에 열광했던 40, 50대의 향수를 자극했고 왜곡된 반일 정서가 완화된 데다 기록적인 엔저 현상, 일본 입국 규제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비자 면제 조치를 재개했고 올 들어 PCR 검사 등 방역 규제도 철폐하면서 일본 관광 부흥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에 수년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억눌렸던 우리 국민들의 해외여행 수요가 일본 여행으로 호응하게 된 결과다.
'노재팬'은 허상이었음이 여실하게 드러났다. 강제징용 판결과 종군위안부 문제, 그리고 한일군사정보교류협정(GSOMIA) 등 한·일 간 현안을 슬기롭게 풀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죽창가를 높이 든 것이 우리 정부였다. 일본 제품이나 일본 여행 샷이라도 한 장 SNS에 올리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한 시절이 엊그제였다. 격세지감이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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