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칼럼] 신공항으로 싸우면 수도권론자만 웃는다

김해용 논설주간

한 고비 넘기니 또 고비다. 다름 아니라 대구경북신공항(이하 TK신공항) 이야기다. 간난신고(艱難辛苦) 끝에 TK신공항 특별법 제정이 8부 능선을 넘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부산의 일부 정치권이 길목을 막으려 한다. 그중 한 명인 국회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특별법 제정 반대 이유가 TK신공항에 대한 특혜가 과해서란다. 그는 "TK신공항 특별법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우리나라 항공 정책의 난맥상을 바로잡는 것은 국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장으로서의 책무이자 도리"라고 말했다. TK신공항 건설이 대한민국 항공 정책을 어지럽힌다고?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TK신공항은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지어진다. 그 건설 재원은 대부분 대구 K-2 부지 매각 대금이다. 대구 땅을 팔아 공항을 짓는 것이다. 건설비 14조 원을 국가가 부담하는 가덕도신공항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문제는 백퍼센트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할 경우 K-2 후적지를 고밀도로 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후적지를 팔아봤자 공항 이전 비용을 다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지금은 미분양이 속출하는 부동산 경기 최악 상황이 아닌가.

자칫하다간 TK신공항 건설이 대구경북에 큰 짐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대구경북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TK신공항 특별법 제정은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이지, 특혜일 수 없다. 지금 국회 상임위 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TK신공항 특별법은 군 공항을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하되 민간 공항 사업비 부족분을 국고에서 부담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TK신공항에 3.8㎞ 활주로를 짓는다 하더라도 1조4천억 원 안팎(예상치)의 사업비에만 국가 재정을 추가 투입하면 된다. TK신공항 짓는 데 이 정도 규모의 국가 재정이 투입된다고 가덕도신공항 건설 예산 지원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 따위는 생기지 않는다.

또한 부산 일부 정치인들은 TK신공항을 중추공항으로 규정한 특별법안에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하지만 역시 괜한 걱정이다. 두 공항이 경쟁 관계인 것만은 아니다. 두 공항을 영남권 양대 중추공항으로 추진하면 된다. TK와 PK는 수도권 일극주의에 따른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시 서로 손을 맞잡아야 하는 영남권 동병상련 관계다. 부산 사람에게 가덕도신공항이 절실하듯 대구경북민에게도 TK신공항은 간절한 인프라다.

대구와 경북 사람들은 가덕도신공항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TK신공항과 가덕도신공항은 각자의 로드맵대로 차질 없이 건설이 추진되고 개항 후에는 공조 및 선의의 경쟁을 하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부산의 일부 정치인의 딴죽 걸기로 TK신공항 특별법이 좌초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그렇게 되면 TK 민심은 어찌 되겠는가. 원망의 화살이 어디로 향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그런 시나리오는 가덕도신공항에도 좋지 않다.

정치가 지역 갈등을 수습해야지 조장해서는 안 된다. 현 정부가 TK신공항을 챙기면서 가덕도신공항을 홀대할 리 없다. 그럴 이유도 없으며, 그럴 상황도 아니다. 그런데도 두 지역이 공항 문제로 싸우면 수도권주의자들만 속으로 웃을 것이다. 안 그래도 지방에 큰 공항이 생기는 것이 마뜩지 않은 그들 아닌가. 역지사지(易地思之)할 필요가 있다. 십수 년에 걸친 공항 갈등, 이제 지겹지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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