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소통 안의 미니멀리즘

배원 첼리스트

배원 첼리스트
배원 첼리스트

간혹 우리는 미술관에 전시된 미술작품 앞에서 이 작품은 무엇을 표현하는 걸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며 수수께끼 같은 작품을 골똘히 바라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작품을 그리거나 설치한 작가의 의도를 알 길이 없고 감정도 기교도 없이 작품의 본질만을 보게하는 이러한 미니멀리즘아트 속 내재된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의도적으로 연출된 순간이 얼어붙어 있는 한 장면 같기도 하고 공허하니 비워둔 여백과 규칙적인 질서, 단순한 구성 그 속에, 완벽한 감정의 순간에 도달하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 들어 있을 것이다.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 같이 단순한 패턴의 반복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주는 음악이나 고요한 정적 속에 빨려 들어가 끊임없이 이어질 것 같은 신비한 흡입력이, 점점 빨라지고 강렬해지는 곡과는 또다른 몰입으로 빠져들게 하는 음악 또한 최소한의 음악 소재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미니멀리즘 음악의 대표적인 예다.

몰입에 방해되는 과한 표현은 덜어내고 불필요한 감정은 배제된 단순함 속에, 궁금증을 유발해 사고하고 상상함으로써 나오는 다양한 감정적 반응, 미세한 혼돈과 긴장감의 심리를 서로 교류하는 것은 미니멀리즘 아트를 보고 듣는 즐거움이자 그 속에 내재된 의미일 것이다.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비워둔 여백에 저마다 자신의 미래, 사랑, 건강, 물질, 외로움, 기쁨 등의 다양한 주제를 투영하고 사고력과 상상력을 동원해 그 작품을 느끼고 이해할 때 일어나는 침묵 안의 동요와 명상은 여백이 있는 미니멀리즘의 힘 아닐까?

현대생활의 빠른 속도에서는 지나친 이상주의와 전쟁 같은 관계, 복잡한 생각들의 통제하에 강박적으로 자유로운 여백을 제어하게 된다. 그 속에서는 정말 중요한 달성하기 어려운 긴 약속과 지속되는 연장선 위에 두어야 할 중요한 목표들의 본질이 점점 잊혀가고 흐릿해지기 마련이다. 여백에 반응하도록 하는 미니멀리즘 아트의 의미가 우리의 시선이 본질적 삶의 아름다움에 닿게 하여주고, 지속적인 청명함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작가와 청중이 함께 완성해 가는 현대예술 미니멀리즘 아트의 내재된 힘과 저력이 비워둔 여백에서 오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가장 중요한 본질적 신뢰가 지속되려면 여백을 내어주는 배려와 사고하고 생각할 자리를 침묵으로 만들어 주는 친절이 필요할 것이다. 한 자리의 여백을 침묵으로 내어주는 것은 많은 말보다 큰 힘이 되고, 그런 배려로 인한 사고와 깊은 생각은 서로를 향한 존중의 표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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