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놀트 겔렌은 사람이란 '결핍의 존재'임을 밝혔다. 사람은 자신의 행위로 그 결핍을 보충하기 위한 과정을 통해 성취를 이뤘다고 봤다. 결핍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다 그 길에서 죽음을 맞기도 한다. 결핍의 존재란 좌절도 겪지만 성과도 이루면서 조금씩 채워가기도 한다. 때론 울고, 때론 웃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처음 시를 배웠던 분이 고 오규원 시인이다. 시와 시론으로서도 문학사적 족적을 남긴 교수였다. 시 습작을 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강의 시간에 내 이름을 부르면서 지난 시간에 제출한 시를 칠판에 적으라고 했다. 우쭐한 마음에 나가서 적고 난 뒤 자리에 앉자마자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이것을 시라고 착각하지마라! 이것은 대중가요 가사다!"
어떻게 강의 시간을 마쳤는지 울분과 좌절로 뛰쳐나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후로 시를 포기해할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고통의 시간을 보내면서 오기로 시를 붙들고 있었다. "시가 밥 먹여주나!"라는 질타를 들으면서도 시를 썼다. 당시의 시적 결핍이 올해 등단 30년을 맞이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결핍을 부모나 가까운 사람들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또한 국가나 사회 때문이라고 결부시키기도 한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시기인 젊은 시절엔 타인이나 사회로 돌리는 경향이 많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인간의 고민은 전부 대인관계에서 온다"고 했다. 결국 좌절이라는 것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살면서 빚어지는 문제와 갈등은 예외 없이 대인관계와 맞물려 있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해도 주고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대인 관계는 나만 조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결핍이라는 것도 나 스스로 생기기도 하지만 대인관계에서도 발생한다. 자신의 결핍은 대부분 스스로 인내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대인관계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대인관계에서 결핍을 해소하려면 제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경청'이다. 남의 이야기를 듣는 자세가 첫 번째다. 경청이야말로 대인관계에서 품격을 상승시키는 미덕 중에 하나다.
결핍을 스스로 견디고 일어서는 경우도 있지만 그 결핍으로 인해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인생이 무너진다!"라고 하는 것도 결핍을 견디지 못하거나 남 탓으로 돌릴 경우 되돌릴 수 없는 길을 가게 된다.
인문학자 최준영은 '결핍의 힘'에서 자기 자신과 타인의 결핍을 마주하면서 그것을 원동력 삼아 인생 공부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결핍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그 결핍을 통해 서로 메꿔 가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결핍이 희망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희망이 있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하지만 그것은 지상의 길과도 같다. 길은 본래 지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그 길을 가다보면 길은 스스로 나게 돼있다. 그래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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