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태원 유가족 "지하 4층 분향소? 아이들처럼 지하 가서 박혀 죽으란 얘기"

"정부가 유가족을 암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듯"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이종철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유가족 대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이종철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유가족 대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분향소' 철거를 요구하며 유족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참사 유가족들이 녹사평역 지하 추모 공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녹사평역 지하 4층 실내 광장은 서울시가 유가족에게 추모 공간으로 제시한 곳이다.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 대표는 7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서울시가 8일 오후 1시까지로 자진 철거 시한을 연장했는데 유족들은 어떻게 입장을 모았나'라는 진행자 질문에 "이태원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는데 죽어서까지 이 자리를 지키지 못하면, 저희 또한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으로 다들 단호한 결의를 다지고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족 분들은 아이가 아닌 내가 먼저 죽었어야 되는데 지금 살아있는 것 자체를 지금 다들 죄의식을 가지고 살고 계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4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유가족·시민 등과 참사 추모대회를 위해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하던 중 기습적으로 서울 광장에 분향소를 만들었다. 광장 옆 세종대로에서는 추모대회를 했다.

애초 광화문 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추모대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서울시가 허가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장소를 옮겼다.

서울시는 녹사평역 안에 추모 공간 조성을 제안했지만 유족 측에서 거부하고 있고, 허가 없이 시설물을 광장에 설치할 수 없다며 강제 철거를 예고하면서 대치하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분향소 설치 장소가 예정된 장소와 달라진 배경에 대해 "토요일에 저희가 행진을 하면서 갔더니 시민 대책위 분들이 먼저 가서 본 광화문 광장에 차벽과 바리게이트와 경찰 병력이 이미 빼곡히 있었다. 도저히 뚫을 수 없다,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그쪽(서울광장)이 괜찮겠더라. 그래서 바로 결정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추모 공간으로 제시한 녹사평역 지하 추모공간과 관련해선 "아이들이 이태원 어둡고 좁은 골목에서 그것도 숨을 못 쉬고 죽었다"며 "이태원 참사가 대한민국에서 조용해질 때까지 '지하에 가서 너희들도 똑같이 아이들처럼 그냥 지하에 가서 박혀서 죽으라'는 얘기밖에 더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어제 뉴스를 보니까 발암물질 1급이 나온다고 (하더라). 그걸 알고서 제시한 건지, 모르고 제시를 한 건지 모르겠지만 유가족들을 현재 정부에 암적인 존재로 인식을 한 건지 몰라도 다 죽일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또 "어제 오신환 정무 부시장이 전화로 '왜 녹사평역 지하 4층에 안 들어오느냐'고 했다"면서 "제가 똑같이 말씀드렸다. 우리 아이들도 숨 막혀 죽었는데, 우리들 보고 지하 4층에 내려가서 숨 막혀 죽으라는 소리냐"고 했다.

이어 "차라리 이태원역으로 가라고 하면 저희도 한번 생각을 해봤을 것"이라며 "하지만 녹사평역 지하 4층은 인적도 없고 접근성도 어렵다"며 거듭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서울광장 분향소 철거 기한을 오는 15일로 또 다시 일주일 연기했다.

시가 기존에 제시한 철거 기한은 6일 오후 1시였으나 유족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며 오는 8일까지로 연장했다가, 또 다시 15일까지로 날짜를 늦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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