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 수라도 된다고 믿었던 걸까. 아버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지 3일 만인 지난 6일 딸 조민 씨가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방송을 탄 것은 뜻밖이다.
그는 아버지의 실형 선고에 따른 심경을 밝히며 "검찰이나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제 가족을 지난 4년 동안 다룬 것들을 보면 정말 가혹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9년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논란이 터져 나온 뒤 처음으로 얼굴을 공개한 그는 "난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도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3일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6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객관적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서 그 잘못에 여전히 눈감은 채 진정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조 전 장관은 그동안 "검찰이 저를 최종 목표로 전방위적 저인망 수사를 했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자성과 자숙의 시간도 모자랄 텐데 그는 "혐의 8, 9건이 무죄 판결이 난 데 대해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스스로 면죄부를 주는 모양새였다.
조민 씨의 녹화가 조 전 장관 선고 당일 이루어진 걸 보면 작심(作心) 출연으로 보인다. 본인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떳떳하게 살았다'는 주장은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한다. 법원에서 조 전 장관이 부인 정경심 씨와 공모해 조민 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 등을 사실로 인정한 점에 비춰 볼 때 궤변이다. 나아가 조민 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진학 때 제출한 '7가지 스펙'이 모두 가짜 또는 위조라는 정 씨 재판부 판결을 부정하겠다는 건가.

본인의 의사 자격과 관련해 "의사로서의 자질이 충분하다고 들었다"는 자화자찬도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당장 의료계에서는 분노의 소리가 나왔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의사 생활 몇십 년간 한 나도 아직 환자 보는 게 두려울 때가 많다"며 "뻔뻔함의 유전자 힘은 무섭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학점 1.13에 장학금도 받는 의사 자질 충분하신 분"이라고 비꼬았다. 한 내과 전문의는 "이쯤 되면 의료계 전체를 조롱거리로 만드는 것 아니냐"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급기야 국정 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까지 들고 일어선 판이니 이런 블랙 코미디가 없다. 정 씨는 페이스북에 "네가 억울할까, 내가 억울할까"라고 적었다. 그는 "내 승마 선수로서의 자질은 뭐가 그렇게 부족했길래 너네 아빠는 나한테 그랬을까"라며 "웃고 간다. 네 욕이 많겠냐, 내 욕이 많겠냐"라고 조민 씨를 정조준했다. 이어 "불공정은 댁이 아직 의사를 한다는 것"이라며 "내 아시안게임 메달은 위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뻔뻔함의 기저에는 내로남불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그 내로남불은 심리학에서 잘못을 저지른 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방어 시스템 중 하나로 본다. 자기 붕괴의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합리화하려는 이중 잣대라는 의미다.
2020년 교수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내로남불의 새 버전 격인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가 선정된 적이 있는데 갈수록 가관이다. 내로남불만으로도 모자라 청년들을 다시 좌절에 빠뜨리고, 상식 희롱, 입시 희롱, 의료 희롱, 법원 희롱이 횡행하니 웃픈 요 며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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