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땡초같은 국숫값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서민의 허기를 후루룩 달래 주는 국수. 허름한 주머니 사정에 어울리는 한 끼다. 그런 국수 한 그릇이 요즘엔 만만찮다. 웬만한 식당에 가면 칼국수 한 그릇에 7천~8천 원이다. 밀가루, 채소류 등은 물론 가스·전기요금이 다락같이 오르고 있다. 선한 눈빛의 식당 주인장이라도 견뎌낼 재간이 없다. 이러다간 국숫값이 1만 원이 되는 날도 머지않겠다. 국수는 서민 음식인데, 국숫값은 땡초같이 맵다.

주머니 헐렁한 어르신들의 아지트인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 이곳인들 고물가 한파를 비껴갈 수 있을까? '착한 국숫집'으로 소문난 한 식당을 먼저 찾아갔다. '잔치국수 2천 원' '환영, 두 분이 국수 한 그릇'. 식당 출입구에 대문짝만하게 써 놓고 있던 집이다. 어르신 두 분이 국수 한 그릇을 나눠 드셔도 눈치 주지 않는 집이었다. 10여 년 이상을 그렇게 장사했다. 지금도 여전히 2천 원이었다. 다만, '두 분이 국수 한 그릇' 문구는 사라졌다.

공원 일원을 돌며 이 식당, 저 식당을 기웃거렸다. 바깥 가격표의 숫자가 덧붙여진 곳이 많았다. '소고기국밥 단돈 5천 원'이 6천 원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6천 원이면, 싸다 싶었다. 물색 모르는 생각이었다. 어르신들은 천 원짜리 한 장에도 민감하다. 식당에서 만난 70대 어르신은 "이 동네 음식값이 그래도 싼 편이지. 하지만 노령연금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자꾸 오르니 속상하고 막막하다"고 했다.

야멸차다고 식당 주인들을 탓할 일은 아니다. 그들은 진퇴양난이다. 원가가 오르니 음식값을 올려야 하는데, 값을 올리자니 손님이 줄까 걱정이다. 장사는 안 되는데, 한 집 건너 음식점이다. 옆옆의 식당 동향과 손님들 눈치 봐 가면서 값을 올려야 한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5.2% 올랐다. 전월(5.0%)보다 상승률이 더 뛰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 5.7% 오른 뒤 11, 12월에 각각 5.0% 상승했지만, 3개월 만에 다시 오름세가 커졌다. 지난달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6.1%를 기록했다. 고물가 고통은 언제 끝날까. 경상감영공원에서 만난 어르신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물가정책은 전두환처럼." 공권력을 앞세워 물가를 잡은 대통령까지 소환할 지경이니,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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