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행성 홀덤바가 경북의 중소도시까지 파고들고 있다. 은밀한 불법 환전을 일삼는 데도 단속이 쉽지 않고, 업주로서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을 도박공화국으로 몰고 간 바다이야기의 '시즌2'가 될 수 있다며 시급하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불법 홀덤바 가보니
"요즘 정선 카지노까지 가는 사람 없어요. 그냥 츄리닝(트레이닝복) 입고 슬리퍼 신고 나가면 바로 시설 좋은 미니카지노(홀덤바)가 있는데. 돈 들여, 시간 들여 가면서 먼 곳까지 갈 필요 있나요."
지난 10일 오전 1시쯤 경북의 한 사행성 홀덤바.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에도 테이블마다 꽉 들어찬 손님들로 북적였다. 당구대처럼 생긴 게임 테이블은 형형색색의 칩이 깔려 있고, 남녀 여덟 명이 한데 섞여 카드놀이에 집중하고 있었다.
게임을 진행하는 '딜러'는 연방 "액션"을 외쳐댔다. 액션은 게임 차례가 왔을 때 홀더, 체크, 레이스 등을 선택, 빨리 게임을 진행하란 게임 용어다. 군데군데 어두운 표정으로 "리바인"(칩 충전)을 외치는 플레이어도 보였다. 이곳에선 플레이어가 칩을 따면 이를 현금같이 쓸 수 있는 쿠폰으로 바꿔주는 불법 환전까지 해 주고 있었다.
플레이어들은 테이블에 쌓인 게임 칩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기도, 탄성과 한숨을 내뱉기도 했다. 오전 2시가 되자 일부 손님이 홀덤바 직원들과 귀엣말을 주고받더니 한두 명씩 게임장을 빠져나갔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일행들에게 "형님들 먼저 가세요. 한 게임만 더 하고 갈게요"라고 말했다. 이 남성의 '한 게임'은 두세 게임으로 더 이어졌다. 그는 결국 날이 환하게 밝은 뒤에야 허탈한 표정으로 게임장에서 나갔다. 200만 원이 넘는 돈을 잃었다고 했다.
구미와 포항, 경산, 안동 등 경북 주요 도시를 위주로 건전 업소를 가장한 불법 사행성 홀덤바가 활개치고 있다.
홀덤바는 국내 등장 당시만 해도 보드카페나 간이음식점으로 등록해 음료·술과 음식을 주로 팔며 부수적으로 게임을 제공했다. 그러나 칩이 오가는 카드게임 특성상 도박장처럼 추가 칩을 팔거나 모은 칩을 현금으로 돼 바꿔주고 환전 수수료까지 받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불법 홀덤바는 하루 수억 원대 도박판을 제공하고, 많게는 수천만 원의 환전 수수료 수익을 얻는 '황금알 낳는 오리'로 명성을 얻고 있다.
경북에서만 수십여 곳의 불법 홀덤바가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경북에서 홀덤바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는 이모(44) 씨는 요즘 성업 중인 홀덤바를 돌며 은밀하게 '큰손' 손님을 모으는 호객 행위에 여념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미 건전 홀덤바는 불법에 밀려 거의 힘을 못 쓰고 있다. 환전 수수료 수익이 어마어마하니까 업주들은 불법 환전을 해 주고, 손님들도 현금 도박 아니면 오질 않는다"고 귀띔했다.
한 홀덤바 업주는 "사행성 홀덤바는 3~6개월만 장사해도 인테리어 등 시설비, 인건비를 모두 메우고 한 테이블당 3천만 원 이상 수익을 남길 수 있다"고 했다.

◆진화하는 홀덤바, '타짜'와 '차무식' 꿈꿔
홀덤바는 국내 도입 초창기만 해도 젊은 남녀노소가 모여 홀덤 게임을 즐기던 건전한 놀이 장소였다. 하지만 사행성 짙은 변종 홀덤바가 자리를 꿰차자 건전한 홀덤바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손님들 역시 '한탕', '대박'에 관심 갖는 청년층부터 60대 이상까지 다양하게 포진하고 있다. 포커 실력으로 타짜를 방불케 하는 전문 도박꾼까지 가세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참가비만 받고 게임장을 제공하는 것까지는 합법이지만, 게임에 쓰는 칩을 수시로 제공하거나 반납받으면서 현금을 주고받는다면 도박장 개설죄에 해당해 5년 이하 징역형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이 같은 도박에 참가하는 이들도 도박죄로 1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게임장도 진화하고 있다.
속칭 '타짜' 방인 전문 VIP룸을 갖춘 홀덤바가 등장하는가 하면, 환전 수수료로 일반 손님(10%) 보다 더 적은 3%대 수수료의 우대 고객도 관리하는 등 영업 방식도 발전하고 있다. 가상화폐를 주는 홀덤바도 있다는 게 업소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 손님은 "통상 딴 칩은 쿠폰으로 가지고 있다가 현장에서 현금으로 바꾸기보다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하루이틀 시간 차를 두고 다른 곳에서 현금화한다"고 했다.
또 다른 업주는 "업소에서 손님과 현금을 주고받는 대신, 손님으로부터 업주 개인 계좌에 돈을 받으면 확인 후 그만큼 현장에서 칩을 교환해 주고, 칩을 딴 손님이 나갈 때는 다시 계좌로 수수료 5~10%를 제하고 보내주는 등 환전 방법이 교묘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폭력배들까지 홀덤바 영업에 가세하며 불법 영업이 한층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2021년 경북 포항에서 조폭들이 홀덤바를 불법적으로 운영하며 도박장을 개설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한 업주는 "앞서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 등으로 재미를 본 조폭들이 홀덤바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불법 업소에 대해 제대로 된 현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테이블 위에서는 현금 대신 칩만 오가는 탓에 현장을 덮쳐도 도박임을 확인할 수 없고, 거래 이력 등 확실한 '불법 환전' 물증이 있어야만 업소에 수사 강제집행을 할 수 있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의 고발이 없다면 사실상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창업 열풍'으로 단기간 큰돈을 만지려는 젊은 층이 홀덤바 개업에 잇따라 뛰어드는 만큼 그 인기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과거 '바다이야기'도 게임 벤처기업 성공담을 계기로 정부의 개업 권장까지 받던 유망 브랜드였으나, 이후 도박으로 전락해 수많은 업주가 처벌당했다. 멋 모르고 홀덤바를 개업했다가 사행성으로 흐르는 것을 멈추지 못해 범법자가 되는 이들이 잇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