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대 컬링부는 비교적 동계 종목이 약한 지역의 자존심을 세우는 대학팀이다. 이미 전국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거머쥔 이들은 이제 경북을 대표해 전국동계체육대회에 나선다.
2021년 창단한 경일대 컬링부는 전국 최초의 대학 컬링팀이다. 대학 내 동호회 수준으로 운영되던 컬링팀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코칭 스태프를 갖추는 등 전문적인 체제로 운영되는 건 경일대가 처음이다.
현재 감독을 맡고 있는 이원희 경일대 노인체육복지전공 교수와 선수 출신의 전문지도자 김치구 코치의 지도아래 이재범, 표정민, 김은빈(이상 2학년), 김효준, 김진훈(이상 1학년) 등 5명의 선수가 소속돼있다.
이제 막 소년티를 벗은 학생들이지만, 또래에선 적수가 없다. 실업팀을 상대로도 충분히 승리를 따낼 수 있는 실력자들이다.
2021년 9월 제20회 회장배 전국컬링대회 남자 일반부에서 우승한 데 이어 그 다음달엔 한국컬링주니어선수권 대회에서 무패 전승으로 우승을 이뤄냈다.
지난해 12월에는 3판 2선승제로 진행된 동계체전 지역 예선에서 경북체육회 컬링팀을 두 차례 연속으로 잡아냈다. 대학팀이 실업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건 어느 종목에서나 쉽게 보기 어려운 일이다.
창단 3년차에 접어든 경일대 컬링부가 이토록 우수한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선수 대부분이 고교 시절부터 이름을 날린 전국구 실력자인데다가, 팀 창단 훨씬 전부터 합을 맞춰온 '환상의 짝꿍'들이기 때문.
선수단은 서울체고 출신의 이재범을 제외하면 모두 '컬링 명문' 의성고 출신이다. 이들은 지난 2020년 의성고 팀으로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 출전해 경기도청, 강원도청 등 실업팀 강호들을 잡아내는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의성고는 대회 4강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컬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인 '스킵'은 이재범과 김은빈이 번갈아 가며 수행한다.
스킵은 팀의 전략과 팀원들이 어느 방향으로 조준해야 하는지 등을 지시하고, 반드시는 아니지만 마지막 차례에서 스톤을 던져 득점과 스틸을 결정하기도 한다. 즉 팀의 지휘관이자 해결사 역할을 하는 자리인 것이다.
경일대에서 스킵을 맡은 두 선수는 저마다 다른 스타일로 경기를 이끈다. 맏형 역할을 하는 이재범은 강한 열정과 자기주장으로 팀을 견인한다면, 김은빈은 묵묵하게 맡은 역할 잘 소화하는 선수로 기복이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일대 팀을 이끌고 있는 이원희 감독은 "컬링은 근력 밸런스나 정확한 투구 능력 등 신체적인 능력만 아니라 상황 판단 능력과 심리적 안정감도 중요한 스포츠"라며 "우리 선수들은 분위기를 한 번 타면 굉장히 무서운 팀이 되지만, 작은 실수로 와르르 무너지기도 한다. 아직 경험과 정신적인 훈련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경일대 컬링부는 지난해부터는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며 귀중한 경험을 쌓고 있다. 한창 성장 중인 선수들에게 세계무대는 새로운 동기부여다. 작년 5월엔 스웨덴 세계주니어컬링선수권 A대회에 참가해 10팀 중 7위, 1월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세계대학경기대회에 출전해 10개국 중 6위를 기록했다.
2월 말에는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주니어컬링선수권 A대회에 출전해 다시 한번 세계의 벽에 도전한다.
이 감독은 "세계 대회를 통해 강팀의 경기력뿐만 아니라 컬링 대회를 축제처럼 즐기는 유럽과 북미의 분위기까지 제대로 느끼고 왔다"라며 "앞으로 세계무대를 누벼야할 선수들에게는 아주 귀한 경험이 됐을 것이다. 앞으로 순위를 조금씩 높여나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경일대는 올해 동계체전 컬링 남자일반부에 경북도 대표로 금빛 사냥에 나선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개최되는 대회에서 11일 전남 대표팀을 먼저 상대한다. 대진운도 따라줬다. 경일대는 강팀으로 평가받는 서울시청과 강원도청을 결승에서야 맞붙는 대진표를 받아들었다.
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표정민은 "이번 동계체전에 출전하는 선수들 중 아마 우리가 가장 젊을 것"이라며 "그만큼 패기와 자신감 넘치게 경기를 즐기고 돌아오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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