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대구에 10명의 백종원이…

박상전 경제부장
박상전 경제부장

10년도 더 된 일이다. 서울 중구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끼니때를 넘겨 서둘러 들어간 식당 때문이다. 내부 한쪽 벽면에 '음식디미방'이라는 식당 이름 유래가 설명돼 있었다. '디미방은 임금님의 수라간을 의미합니다. 우리 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모두 왕의 음식을 맛볼 수 있게 됩니다.' 완전 엉터리다.

음식디미방은 한글로 된 최초의 요리책이다. 353년 전 안동 장씨 부인이 경북 영양의 시댁에서 경험한 상차림 음식을 세밀하게 기록해 놓은 고문서다. 한자로 '飮食知味方'이고, 이를 한글 고어로 옮겨 적으면 'ᄋᆞᆷ식지미ᄇᆞᆼ' 정도가 된다. 음식 맛을 내는 방법이라는 설명이 정확하다.

해당 식당은 왜곡된 정보 제공에 대한 사과를 끝내 하지 않았다. 임금의 음식이니 수라간이니 떠들면서, 사익을 위해 상업적으로 악용하면서도 뒤늦게 인지한 잘못된 처사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화를 내리고 다르게 생각해 보면, 대구경북(TK)의 소중한 문화자산이 외부에서 돈벌이에 악용당해도 왜 인지하지 못했는지 자성하게 된다. 또 '우리는 왜 이 같은 소중한 자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상업화에 어두웠나?'라는 자문도 멈출 수 없었다.

산업 발전과 소득 증대로 음식 시장은 여느 산업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내년의 세계 식품산업 규모는 1경 원을 넘어선다. 여기엔 식자재 유통 및 외식 사업 등이 포함된다.

국내 외식(음식점업) 시장만을 따로 떼어 살펴보면 2017년 처음으로 100조 원을 돌파한 뒤 2020년에는 117조 원 시장으로 불었다. 같은 기간 음식점 수는 7만여 개 늘어 58만 개 식당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올해 대구시 예산이 10조 원이니 한 해 동안 식당에서 국민들이 밥 사먹는 비용에만 대구시 예산의 11배를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외식 시장에서 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2020년 경제총조사 외식 시장 현황에 따르면 5조 원에 불과해 서울(33조 원)의 6분의 1 수준이다. 8조5천억 원에 달하는 부산과 비교해도 대구는 자랑할 만한 규모는 아니다.

음식점 수로 보더라도 서울 13만9천 개, 부산 5만5천 개인 데 반해 대구는 3만8천 개 수준이고, 음식점 한 곳당 평균 매출액도 서울 2억4천만 원(대구 1억4천만 원)과 비교하면 초라해 보인다.

외식 산업의 질적 변화를 꾀하기 위해 대구시가 나섰다. 대표 정책이 '밀키트 100선'이다. 지역의 맛집 100곳을 선정해 전국 가정의 식탁을 공략한다는 게 목표다. 선정된 100개 음식점은 패키지(포장) 컨설팅을 제공하고 '대구로' 앱과 연동해 소비자 직거래 활로를 넓힐 계획이다. 선정된 지 한 달 만에 일부 식당은 주문량을 소화해 내지 못할 정도로 택배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사업을 기획한 김흥준 대구시 위생정책과장은 "밀키트 사업은 팬데믹 사태 재연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맞춤형 정책"이라며 "지속적인 인큐베이팅 정책을 통해 대구에서도 백종원식 성공 신화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종원'이란 말에 귀가 솔깃했다. 대패삼겹살 식당으로 성공한 그는 대표적 외식 프랜차이즈로 성공해 연매출이 2천억 원에 달한다. 김 과장의 비전이 성공한다면, 대구 밀키트 100선 가운데 성공률을 1%로 보더라도 10년 뒤면 백종원식 대형 프랜차이즈 10개가 생긴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10개 '유니콘 밀키트 업체'의 매출액은 2조 원이다. 대기업 유치 부럽지 않은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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