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료급식소' 운영난…식사 대신 빵·컵라면 등으로 대체급식

국·반찬 등 식재료값 치솟아…3년 만에 48곳→42곳으로 폐업 증가
후원 급감해 양질의 식사 제공 힘들어
물가 계속 올라 부담 더 커질 듯

8일 대구 중구의 한 무료급식소에서 봉사자가 시민에게 떡과 물을 나눠주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8일 대구 중구의 한 무료급식소에서 봉사자가 시민에게 떡과 물을 나눠주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8일 오전 11시 중구 남산동 자비의 집 무료급식소에서 봉사자들이 독거노인과 노숙인들에게 떡과 물을 나누어주고 있다. 박성현 기자
8일 오전 11시 중구 남산동 자비의 집 무료급식소에서 봉사자들이 독거노인과 노숙인들에게 떡과 물을 나누어주고 있다. 박성현 기자

노숙인과 독거노인의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책임지던 무료급식소들이 운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고물가에 공공요금까지 치솟았지만 각종 후원 등은 계속해서 줄었기 때문이다.

8일 오전 10시 30분 중구 남산동 '자비의 집'에는 배식 30분 전부터 배고픔에 시달리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배식을 받기 위해 북구 태전동에서 왔다는 70대 노인은 "이곳에 오면 뭐라도 먹거리를 받을 수 있어 1년 넘게 매일 오고 있다"며 "무릎이 안 좋아 경제활동이 힘들뿐더러 자식들은 연락도 뜸해 이런 무료급식소가 너무 소중하다"고 말했다.

오전 11시가 되자 자비의 집 봉사자들은 줄을 선 순서대로 약 350g의 백설기와 500㎖ 생수 한 병씩을 건넸다. 300인분이 30분 만에 동났다. 코로나19 전만 하더라도 밥과 국, 반찬 등을 제공했지만 이후에는 감염 위험성과 포장용기 비용 부담으로 중단됐다. 오는 3월부터라도 다시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지만 고물가로 인해 여의치 않다.

함성호 자비의집 사무장은 "후원 재단을 통해 쌀은 지속적으로 기부가 들어와 수급이 어렵지 않지만 국이나 반찬 등 일반 식재료값이 너무 올랐다"며 "코로나19 이전처럼 주 5회 모두 식사를 제공하는 방식은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8일 오전 11시쯤 중구 남산동 자비의 집 앞에는 떡과 물을 받으러 온 이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박성현 기자
8일 오전 11시쯤 중구 남산동 자비의 집 앞에는 떡과 물을 받으러 온 이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박성현 기자

코로나19와 고물가의 영향으로 무료급식소는 계속해서 주는 추세다. 지난 2020년 대구시에 등록된 무료급식소는 모두 48곳이었지만 현재는 42곳만 등록된 상태고 이 중에서도 6곳은 여전히 감염 위험 등을 이유로 운영이 중단됐다. 가까스로 운영은 하지만 식사보다는 컵라면, 빵, 떡 등 대체급식을 하는 곳이 다수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이들은 식자재값은 올랐지만 후원은 급감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수성구 망우당공원에서 17년째 매주 토요일마다 무료급식을 진행하고 있는 이시우 행복한동행 대표는 "최근 들어 후원이 40% 가까이 줄어들었다"며 "모자란 후원금을 채우려 발품을 팔고 있지만 워낙 경기가 어려워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서구 평리동에서 20년 넘게 무료급식소를 운영 중인 이현주 대구홍익문화운동연합 사무국장도 "후원이 절반 가까이 줄어 라면과 빵 등 간식 위주로 제공하고 있고 이마저도 넉넉하게 준비를 못한다"며 "날이 풀리면 다시 정상급식을 시작할 생각이지만 3년여 만에 재개하는 탓에 봉사자를 모집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취약계층의 식사 문제에 정부와 지자체가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난주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취약계층 식사지원정책은 더 이상 개인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라며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가장 원초적인 뿌리인 식사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8일 중구 남산동 자비의 집에서 독거노인과 노숙인들에게 나눠준 350g 콩백설기와 500ml 생수.박성현 기자
8일 중구 남산동 자비의 집에서 독거노인과 노숙인들에게 나눠준 350g 콩백설기와 500ml 생수.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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