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효과' 엄청났죠. '김건희 가방'으로 알려진 지 열흘 만에 작년 한 해 매출이 다 나왔어요."
대구 서구에 있는 친환경 패션 브랜드 '할리케이(HARLIE K)'는 지역에서 가장 주목받는 소셜벤처 가운데 한 곳이다. 올해 들어서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해외 순방길에서 할리케이 가방을 착용한 모습이 계속 포착되면서 전국구로 이름을 알렸다. 영부인 사랑을 듬뿍 받은 가방은 한지가죽과 마대로 만든 '비니 미니 토트백'이다.
김현정(51) 할리케이 대표는 김 여사가 애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열흘간 발생한 매출이 지난해 전체 매출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판매 물량은 1천164개. 홈페이지 회원 수는 300명에서 1천400명으로 5배 가까이 뛰었다.
김 대표는 "가장 놀라웠던 건 일반 소비자와 업사이클(up-cycle·새활용) 제품 사이 '장벽'을 순식간에 허물었다는 점"이라며 "업사이클 제품 소재는 기성품과 달리 이전 사용처에 따라 인쇄 자국 등 흔적이 약간 남을 수 있는데, 이런 부분 때문에 구매를 주저하는 사람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할리케이는 버려진 청바지, 커피 원두를 담았던 마대, 닥나무 껍질로 만든 한지가죽 등 소재로 가방, 지갑 같은 잡화를 만든다. 미국에서 회화를 전공한 김 대표가 친환경 패션에 뛰어든 건 2012년 귀국 이후다. 16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김 대표를 가장 놀라게 한 건 다름 아닌 미세먼지였다. 당시 한 달 동안 감기 증상이 낫지 않아 고생을 했다.
이 같은 귀국 과정은 김 대표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됐다. 이삿짐도 한몫했다. 세 자녀 옷을 정리하다 보니 한 번도 입지 않고 쌓아둔 옷이 너무 많았던 것. 김 대표는 "나중에 필요할 거라 생각해서 사 놨는데 결국은 쓰레기가 됐다. 아이들을 위해 산 거지만 '정말 아이들을 위한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할리케이는 설립한 지 5년 된 소규모 회사지만 이미 적잖은 존재감을 발산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가 숙지고 수출 여건이 개선되면서 국내외 소비자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당장 다음 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 예정이다. 올 연말에는 프랑스 3대 백화점으로 꼽히는 '르봉마르셰 백화점'에서 할리케이 제품을 만날 수 있다.
김 대표는 '한국의 쿠치넬리'를 꿈꾼다. 명품 캐시미어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 본사는 이탈리아 중부 움브리아주에 있는 작은 도시, 솔로메오에 있다. 회사가 성장한 이후에도 본거지를 옮기지 않고 일자리를 창출, 지역민을 고용하고 극장, 도서관 등 인프라까지 만들어냈다.
김 대표는 "다른 지역에서 취업을 위해 대구를 찾아올 정도로 회사를 키우고 싶다. 지역 대학과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좋을 것"이라며 "한국 시장에서 먹힐 제품을 만들면 해외 경쟁력도 생긴다. '제품이 좋아서 샀더니 환경적 가치도 있더라'는 말이 나오는 물건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