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의 신규 사업 승인 전면 보류 방침에 건설 사업자 볼멘소리

미분양 물량 많아 공급 물량 줄이기 위한 조치
기승인 사업지는 분양 시기 조절, 임대 전환 유도
민영과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제한 차등 적용 주장
대구시, "미분양 물량 해소 때까지 이 방침 유지"

미분양 물량이 급증, 주택 시장이 침체되자 대구시가 신규 주택건설사업 승인 전면 보류라는 강수를 뒀다. 대구 상공에서 바라본 아파트 풍경. 매일신문 DB
미분양 물량이 급증, 주택 시장이 침체되자 대구시가 신규 주택건설사업 승인 전면 보류라는 강수를 뒀다. 대구 상공에서 바라본 아파트 풍경. 매일신문 DB

대구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1만가구를 넘어서는 등 주택 시장이 극심한 침체에 빠지자 대구시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로 결정했다. 주택 경기가 우려할 만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 신규 주택건설사업계획에 대해 승인을 보류키로 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선 볼멘소리와 함께 대책을 좀 더 구체화, 현장에 따라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시의 주택 시장 안정 대책은 신규 사업 제한

미분양 물량이 많은 건 대구 주택 시장의 대표적 악재. 국토교통부의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대구 미분양 물량은 1만3천445가구(전국 미분양 물량의 19.7%)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올해 공급 예정 물량(부동산R114 REPS 1월 13일 기준)도 1만616가구나 된다.

입주 물량도 많다. 최근 대구 분양대행사 데영레데코가 공개한 '대구시 부동산 시장 결산 및 시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대구 입주 물량은 3만6천59가구(임대 포함)로 경기(11만2천826가구), 인천(4만5천169가구)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많다. 이는 역대 최대치기도 하다.

시장에 미분양 물량은 쌓여만 가는데 공급 예정 물량과 입주 물량도 많으니 설상가상이다. 적지 않은 단지들이 다양한 금융 혜택 등을 앞세워 계약자를 유치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상황은 어렵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2.38% 하락해 세종에 이어 하락률이 두 번째로 컸다.

결국 대구시가 칼을 빼들었다. 지난달 말 신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전면 보류한다는 강수를 둔 것이다. 다만 기존에 승인된 주택건설사업지는 분양 시기를 조절, 후분양을 유도하거나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라고 사업주체에게 요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중앙정부에도 지속적으로 대책을 시행하라고 건의하기로 했다. 주택 정책 대부분이 중앙정부의 권한이어서다. 주택 정책 권한 이양을 비롯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완화, 대출 상환 시 거치 기간 부활,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 완화 또는 폐지 등을 요청할 방침이다.

◆업계, "사업 유형 고려" "분양 일정 조정" 주장

현재 대구시에 사업 승인 신청이 접수된 건 23곳. 대구시의 신규 사업 승인 보류 방침을 두고 현장에선 불만이 적지 않다. 시행사로서는 계약금을 지급하고 사업 승인 완료 후 금융기관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통해 잔금을 지급받기로 한 일정이 모두 불투명해져 이미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 조합원은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 한 시행사 관계자는 "정비계획수립부터 추진위 구성, 조합 설립 인가, 시공사 선정, 건축 심의 신청까지 적법하게 사업을 진행한 이들로선 다음 조치인 사업 승인이 갑자기 전면 보류되면 난감해진다"며 "미분양을 줄이는 게 목적이라면 각 사업을 승인해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게 하는 대신 분양 승인 일정을 사업 시행자와 협의, 조절하는 게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승인 보류 조치를 사업 유형에 따라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분양 물량과 직결되는 일반 분양 시기를 따져볼 때 민영개발사업은 사업 승인 후 1~2년 내 이뤄지는 반면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빨라야 3~4년 후에나 일반 분양할 것이니 둘을 같이 취급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지역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민영개발사업은 사업 승인 단계에서 제동을 거는 게 맞겠지만 재개발·재건축사업은 대구시의 사업 승인 후에도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주 및 철거, 착공 절차를 거쳐 일반 분양이 이뤄지려면 빨라도 3~4년이 걸린다"며 "재개발·재건축사업 진행 속도를 고려하면 사업 승인까지는 해주고 이후 단계에서 제동을 걸어 속도를 조절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대구시 입장은 단호하다. 신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보류 조치라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 조치는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미분양 물량이 해소,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이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라며 "사업체와 협력해 상황을 정리해나가면서 분양 물량이 가급적 나오지 않게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민영개발사업과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민영개발사업은 민간 주택사업자가 토지를 매입해 진행하는 주택사업. 공공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은 대구시가 지정한 정비예정구역에서 단독주택 또는 아파트를 소유한 토지 등 소유자들이 조합을 결성해 진행하는 주택사업이다. 신축 계획 가구 전체를 일반 분양하는 민영개발사업과 달리 재건축사업은 토지 등 소유자들이 우선 분양받기에 신축 계획 가구 중 일반 분양분이 상대적으로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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