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35주년을 맞은 장옥관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이 발간됐다. 이번 시집은 '죽음의 이미지'가 두드러진다. 새하얀 뼈를 연상시킬만큼 시집의 겉표지부터 하얗다. 살아 숨쉬는 모든 것을 무력화시키는 시간의 위력을 절감하면서 생을 끝까지 탐구해내려는 의지가 담겼다.
저자는 인간들의 운명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숱한 죽음을 마주하며 "형광등처럼 깜빡이다가 마침내 암전으로" 가는 인간들의 운명을 생각하던 장 시인은 "그럴 때 내가 켜놓은 사랑은 다 어디로 가는걸까?"라고 묻는다. 다만 그 물음은 해답 없는 비판에 멈추지 않는다. 사라진 이름을 불러보는 시인은 없어진 존재들이 기거하던 공간을 손으로 짚어본다. 그리고 다짐한다. 이들을 없는 채로 두지 않겠다고.
시인은 한 사람의 고독사를 바라보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죽음이 더 이상 소멸이 아니라 세상에 남는 또다른 가능성의 방식일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경계를 벗어나 공기를 장악한 그는 원래부터 바람이었다"
이 같은 발상의 전환은 사라진 이를 기억하는 남은 자들에게 우울함 대신 생기를 불어넣는다. 시집을 통해 결국 시간의 흐름은 '사람만의 떠남'에 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가 떠난 자리에는 미련을 품은 이가 남고, 미처 하지 못한 말이 형체를 갖추지 못한 채 있다. 그러나 남은 이가 떠난 사람을 떠올리며 삶을 계속 살아가는 한 미래는 허전하고 황량하지 않다. 오히려 기억들로 풍성해질 수 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끝으로 시인은 시를 통해 독자가 스스로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한다.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오면서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시편에 관심을 가져보자는 것.
장옥관 시인은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은 잘못을 저질렀을까 생각해보면 모골이 송연하다. 한편으로는 뻔뻔하게도 그런 잘못을 나 혼자만 저지르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거짓의 공동체, 속죄의 공동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시를 통해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108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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