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일본 고령자의 코로나19 백신접종

김희경 경북대 고고인류학과 교수

김희경 경북대 고고인류학과 교수
김희경 경북대 고고인류학과 교수

코로나19 대응이 완화된 틈을 타 3년 만에 연구 지역인 일본 나가노현에 다녀왔다. 일본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고령층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앞섰지만, 나가노 지역에 도착해 보니 다행스럽게도 많은 고령자분이 건강한 모습으로 필자를 맞아주셨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측면은 한국과 달리 아직까지 코로나19에 한 번도 감염되지 않은 고령자 역시 상당수라는 점이었는데, 이는 백신 접종률이 높아서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가 만났던 대부분의 중고령자는 코로나19 백신을 5회 정도 맞은 상태였다. 한국과 일본의 백신 접종 상황을 비교해 보면, 6일 기준 1차 백신 접종률은 한국(88.0%)이 일본(81.4%)보다 높다.

그런데 3차 백신 접종률에서는 한국(65.7%)이 일본(68.1%)에 뒤처지기 시작해서 한국의 4차 접종률은 14.8%로 급격히 하락한다. 6일 기준, 한국은 3차 백신 접종자 가운데 22.5%만 4차 백신을 접종했다. 반면, 일본은 3차 백신 접종자 가운데 66.7%가 4차 백신을 접종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3차 백신을 접종한 고령자의 91.4%가 4차 백신을 맞았고 현재는 5차 백신 접종까지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추가 접종이 크게 감소한 데에는 백신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백신에 대한 불안감 및 백신 논쟁에 대한 피로감을 가중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화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김영욱 교수팀이 실시한 '코로나19 백신의 정치화'와 관련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있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제시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추가 백신 접종률이 저조한 현재의 상황은 고령층의 치명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질병관리청의 연령별 감염 횟수에 따른 치명률 보고에 따르면, 60~74세 고령자 가운데 코로나19에 세 번 감염된 고령자의 치명률(2%)은 한 번 감염된 고령자의 치명률(0.17%)보다 훨씬 높았다. 즉,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고령자는 재감염 시 입원 및 사망 위험, 위중증으로 전환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정부 및 전문가의 메시지를 왜곡 없이 전달하고 추가 접종을 독려하는 보건사와 같이 현장에서 공공의료를 실행하는 인적자원의 존재가 고령자들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나가노현은 '핀핀코로리의 현'이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데, 핀핀코로리는 한국의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 3일 앓고 죽는다)와 유사한 의미다. 즉, 활동적으로 살다가 큰 고생 없이 죽음에 이르는 고령자가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본래 뇌혈관 질환 사망률이 일본에서 가장 높았던 단명 지역이었던 나가노현이 '핀핀코로리의 현'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1960년대부터 지역의 의료진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질병에 대한 인식과 문화적 관념, 지역 주민들의 생활을 깊게 이해하는 시청 보건사가 주민들의 집을 직접 방문해 식생활 개선 운동에의 참여 및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게 독려한 덕분이었다.

정부나 전문가가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발신하는 방법으로는 중고령층의 접종률을 올릴 수 없다. 공중보건에 필수적인 정보 전달이 정쟁으로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역민들에게 긴요한 보건의료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여 관련 조치를 실행할 수 있는 공공의료체계의 안정화와 인적 자원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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