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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경북대] 취업률 50% 못 넘겨…거점국립대 9곳 중 8위

떠나는 신입생들… 'in 서울'의 여파에 취업률 등 악화하는 지표
2021년 이탈률 9.4% 증가세…지역 주요 4년제 4∼5% 수준
인문·사회 취업률 30∼40%대…공과대만 전반적으로 높아
패배주의에 빠져 있을 게 아니라 신산업과 새로운 분야에서 기회 잡아야

13일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대학교 본관과 캠퍼스 전경.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3일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대학교 본관과 캠퍼스 전경.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왜 거기를 가느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하나가 댓글 수집처로 변했다. "연세대 의대 그만두고 조선대 수학교육과에 갔다"는 글이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댓글이 다수설이었다. 그러나 이를 뒤집고 '집에서 15분 거리의 곳을 선택했다'는 본인 등판 인증으로 정설이 됐다. 그만큼 지역대학으로 향하는 걸 상식에서 벗어난 것으로 낙인찍는 게 현실이다.

서울대에 갈 실력을 갖췄지만 경제적 사정으로 지역거점국립대에 갔다는 이야기, 비싼 등록금과 하숙 비용을 부담할 형편이 안돼 연세대나 고려대 대신 지역거점국립대에 진학했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당장 나오는 반박 논리가 국가 장학제도다. 그 돈이 아까워 지역거점국립대를 택한다는 건 인생을 망치는 길이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나온다.

상전벽해다. 1980년대 촘촘히 지붕을 잇대어 살던 주택가가 2020년대 재개발로 알아볼 수도 없게 된 것보다 더 크게 변한 게 대구경북 지역거점국립대인 경북대의 위상 변화다. 2021년 한 해에만 400명이 넘는 신입생이 경북대를 떠났다. 졸업생들의 취업률도 하락한다. 영광의 시절을 함께 했던 전기전자특성화 대학이라는 수식어도 점차 빛을 잃고 있다. 대학 등록 후 수능을 다시 치러 수도권 대학 진학을 노리는 반수(半修)가 일상이다. 경북대가 계류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늘어나는 자퇴 신입생… 'in 서울'의 여파

2021년 경북대에 입학한 신입생 열 명 중 한 명은 자퇴 등으로 학교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입학 뒤 한 학기 동안 분위기를 살피다 2학기가 되면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기 위해 휴학을 하고 '반수'에 돌입한다. 반수에 성공하면 자퇴로 이어진다.

조선 왕들의 이름을 외듯 학생들 사이에서는 '스카이'(SKY,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앞글자를 딴 말)로 시작해 서성한-중경외시-건동홍숙-국숭세단·지거국으로 이어지는 순서도가 몇 년째 회자한다. 경북대는 국숭세단(국민대, 숭실대, 세종대, 단국대)과 비슷한 위치에 있다. 수도권 대학 학생들이 만들어낸 말 같지만 '대학별 지원 가능 점수'를 보면 부인할 수 없게 된다.

대학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2021년 경북대의 신입생 4천953명 가운데 9.4%인 465명이 학교를 그만뒀다. 이중 자퇴가 463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경북대의 이 같은 중도탈락률은 같은 해 전국의 지역거점국립대 9곳 가운데 충남대(9.7%) 다음으로 높은 수치였다. 그러나 절대적 수치에서는 충남대에 비해 100명 가까이 많았고, 지역거점국립대 중에서도 가장 많았다. 전체 입학생 숫자가 비슷한 부산대(410명)는 물론이고 강원대(244명), 경상대(232명)와는 배 가까이 차이를 보였다.

특히 대구경북 내에서도 이탈하는 신입생 비율이 높았다. 계명대(4.4%)와 영남대(4.8%), 대구대(5.2%), 대구가톨릭대(5.5%) 등 주요 4년제 대학과 비교하면 경북대(9.4%)의 이탈 비율은 한참 높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2020년(8.0%)보다 이탈 비율의 더 높아졌다는 점이다. 신입생을 포함해 전체 중도 이탈 학생 중 '자퇴'만 따져보면 2018년 690명에서 2019년 796명, 2020년 807명, 2021년 951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자퇴생 중 78%(2천534명)는 다른 학교 진학을 위해 학교를 그만뒀다.

신입생 미충원도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2021년 69명이 충원되지 못했고, 지난해에는 19명의 자리를 비운 채 학기를 시작했다. 정원 미달 학과가 적지 않아 일부 수험생들은 어렵지 않게 입학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학령인구(만 18세) 예상 감소폭이 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학령인구는 2021년 47만6천명에서 2024년 43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경북대 취업률을 높이는 학과들이 몰린 공과대학. 매일신문 DB
경북대 취업률을 높이는 학과들이 몰린 공과대학. 매일신문 DB

◆취업률 등 악화하는 지표

신입생 이탈은 졸업 이후의 취업경쟁력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안타깝게도 경북대의 졸업생 취업률은 악화하고 있다. 졸업생 취업률은 대학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전국 9개 지역거점국립대의 취업률은 대체로 낮았다. 근소한 차이였지만, 그럼에도 경북대의 취업률은 낮은 그룹에 속했다. 낮은 값을 집어넣고 큰 값을 기대하는 함수 공식은 대학 입학과 졸업에 적용되지 않는다. 인풋이 낮으니 아웃풋이 좋을 수 없다.

2021년 경북대 졸업생 취업률은 53.6%. 지역거점국립대 9곳 가운데 하위권을 기록했다. 경상대(48%)를 제외하고는 모두 경북대보다 높았다. 강원대(58.8%)와 충남대(58.4%), 전남대(56.3%), 충북대(55.7%)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취업에도 볕이 골고루 드는 게 아니다. 인문·사회계열 등 기초 학문 분야의 취업 성적은 저조했다. 불어불문학과(30.8%)와 문헌정보학과(33.3%), 심리학과(34.4%), 노어노문학과(41.7%), 사학과(44.0%) 등은 50%를 넘기지 못했다. 이들 학과 대부분은 최근 3년 사이 급격하게 취업률이 떨어졌다.

다만 경북대의 강점으로 분류할 수 있는 학과의 취업률은 높았다. 2021년 취업률을 보면 의학 관련인 치위생학과(87.5%)와 간호학과(76.9%)를 비롯해 건축학전공(79.2%)과 기계설계학전공(71.2%), 플랜트시스템전공(73.7%) 등 공과대학 학과들의 취업률이 전반적으로 높았다.

외국 학생 수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기준 대구경북 4년제 대학의 외국에서 온 전체 학생 수는 6천884명. 2021년에 비해 9.1% 줄어든 수치다. 특히 경북대는 2021년 1천696명에서 지난해 1천99명으로 35.2% 감소했다. 학위과정(-5.9%)보다 연수과정(-49.6%)의 외국 학생이 급격하게 감소한 탓이다. 연수과정에 속하는 교환학생이 같은 기간 884명에서 342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이기도 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병욱(포항 남·울릉) 국회의원은 서울로 학생들이 향하는 문제 등은 경북대만의 문제가 아닌 지역거점국립대 공통의 문제라고 분석하면서 패배주의에 빠져 있을 게 아니라 신산업과 새로운 분야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로 향하는 분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패배주의에 빠져 있을 게 아니라 신산업과 새로운 분야에서 DGIST, 금오공대와 협력하는 것도 방안이다"라며 "지역 내 기업체 유치와 학교의 연구 인력 양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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