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의 구분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요즘은 유난히 더 세대마다의 이름과 취향을 명명백백하게 구분 짓습니다. 인생은 출발점과 도착점이 같은 한 선 위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 위의 한 점이 기준이 되는 순간 각 세대는 별개의 세계에 머무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미래이자 과거임을 잊고 편견과 무관심으로 살아가기도 합니다. 자녀 또는 부모님과 함께 나눌 이야기가 생기기를 바라며, 인생의 도착점에 다다라 청년들과 교감하며 나답게 살아보기를 택하는 두 어르신에 대한 책을 소개합니다.

◆ 내일의 내가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힘껏 나빌레라!
'나빌레라'(HUN 글, 지민 그림)에 등장하는 70세 심덕출 할아버지는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자 정년퇴직 후에도 부지런하고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평범한 할아버지입니다. 심덕출 할아버지의 한 가지 소망은 어린 시절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발레를 하는 것입니다. 평범한 할아버지의 평범하지 않은 이 소망은 가족의 걱정거리이자 이웃의 웃음거리이지만 순수한 열정을 가진 발레 아카데미 단원들 덕분에 현실이 됩니다.
할아버지의 열정을 믿고 성장을 돕는 단장, 한계에 도달했을 때 다정하게 격려하는 단원들, 그리고 할아버지의 개인교습을 맡은 발레유망주 채록. 결국 할아버지는 오랜 세월 몸에 밴 성실과 노력으로 불가능해보였던 동작들을 해내게 되고 마침내 채록과 함께 무대 위에서 멋진 공연도 선보입니다. 할아버지에게 발레는 평생 품어온 꿈입니다. 나이가 많거나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해서 대충 해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후회가 남지 않도록 제대로 해보고 싶은 진심 말입니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발레에 집중하지 못하던 채록은 할아버지를 통해 꿈, 최선, 자존감을 배웁니다.
이렇게 할아버지의 꿈을 돕는 채록과 그런 채록에게 인정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할아버지. 발레라는 같은 꿈을 꾸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과거와 미래의 소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젊은 시절의 나에 대한 이해와 나이 들어갈 나에 대한 관심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에는 너그러움과 격려가 담겨 있습니다.

◆ 남극에서 찾은 삶의 기쁨, 펭귄을 부탁해
'펭귄을 부탁해'(헤이즐 프라이어 지음)에는 베로니카라는 86세의 괴짜 할머니가 등장합니다. TV다큐멘터리를 보다 펭귄에 매료된 할머니는 자신의 전 재산을 아델리 펭귄의 멸종 위기 연구 프로젝트에 기부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펭귄 프로젝트를 직접 확인하고자 남극의 연구센터로 향합니다. 하지만 연구 센터의 과학자들에게 할머니는 불편한 존재입니다. 담요, TV, 난로 등으로 일반화되는 할머니라는 이미지는 열악한 남극의 환경과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할머니는 펭귄에 대한 애정과 험난한 세월을 살아낸 용기로 불편한 연구 센터의 시설에 적응하고 펭귄을 관찰하며 삶의 기쁨을 깨닫습니다. 또한 과학자들의 감정과 상황을 꿰뚫어보고 그들 간의 관계를 조율하는 모습은 인생을 먼저 살아본 어른의 지혜와 여유를 깨닫게 합니다. 집으로 돌아온 베로니카 할머니는 늘 닫아두던 문을 열고 이웃 아이의 가족을 집으로 초대합니다. 그리고 소란스럽지만 '함께이기에' 행복한 펭귄처럼 살아가기로 합니다.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가고자 남극으로 떠나고, 신념대로 살아가기 위해 오랜 삶의 방식을 바꾸는 할머니. 책을 읽다보면 86세 베로니카 할머니의 모습은 주름진 이마 대신 그 아래 생기 있게 빛나는 눈빛으로 다가옵니다. '펭귄을 부탁해'에는 베로니카 할머니와 손자 패트릭이 각자의 관점에서 쓴 글이 교대로 등장합니다. 처음에 두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상대의 말과 행동에 고개를 젓습니다. "할머니는 역시", "요즘 젊은 것들은"이라는 말을 하면서요. 하지만 두 사람은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진정한 가족애를 회복하게 됩니다. 자녀나 부모님과의 거리감이 느껴진다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관찰하고, 질문하고, 대화해 보세요. 서로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역시 펭귄처럼 다소 소란스럽기는 하겠지만요.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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