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초대석] ‘누가 이겨도 지는 게임‘ 국힘 전당대회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본선 진출자가 확정됐다. 친윤 김기현, 비윤 안철수, 반윤 천하람, 강성 보수층 대변인 황교안 후보가 각축을 벌이게 됐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과거와 비교해 상당히 특이하다. 무엇보다 선거 초반부터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전당대회 개입 논란을 자초했다. 대통령이 유력 당권 주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을 주저앉혔고, 윤핵관을 거론한 안철수 의원을 겨냥해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이라고 저격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은 선거 개입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민심은 달랐다. 리얼미터·미디어토마토 조사(2월 6, 7일) 결과, 국민의 70% 이상이 윤석열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개입한다'고 응답했다. 주목할 점은 전당대회 개입 논란 여파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30% 초반대까지 내려왔다는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는 1월 3주 차엔 36%를 기록했지만 2월 1주 차에 34%, 2월 2주 차엔 32%로 떨어졌다. 국민의힘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당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선거 초반부터 '윤심 논쟁'만 불거지고 대통령실이 선거에 적극 개입하면서 경선보다는 차라리 "대통령이 당 대표를 지명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몇 가지 변수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첫째, 당원 규모와 구성의 변화에 따른 '전략적 투표' 여부가 핵심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인단은 역대 최대 규모인 약 84만 명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선출된 2021년 6월 전당대회(약 33만 명)와 비교해 2.5배 늘어났다. 지역별로는 영남 비율이 51.3%에서 39.7%로 크게 줄었다. 반면, 수도권은 32.3%에서 37.8%로 증가하면서 영남과 비율이 비슷해졌다. 충청권 비율도 늘었다(10.3%→14.6%). 연령별로는 2030세대 비율은 11.6%에서 17.8%로 늘고, 4050세대는 46.3%에서 40.2%로 줄었다. 일반 당원들의 기류는 "대통령 뜻에 반대하는 사람은 안 찍겠다"는 것이지만, 중도 색채가 강한 수도권, 충청, 젊은 세대들은 총선 승리를 위해 전략적으로 투표할 수도 있다.

둘째, 지역별, 세대별 투표율이 관건이다. 지난 2021전당대회 투표율은 45.3%였다. 그런데 선거 초반부터 윤심과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 논란으로 과열된 만큼 선거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표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모바일과 ARS(자동응답 방식) 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투표 접근성이 용이해진 것도 투표율 상승에 기여할 수 있다. 통상 투표율이 높아지면 비윤과 반윤 등 비주류 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

셋째, 결선투표가 최대 변수다. 현재는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의 양강 구도다. 대통령과 친윤 세력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면서, '김·나(김기현-나경원) 연대'에 성공한 김 후보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발표되는 여론조사를 보면 어떤 후보도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기 쉽지 않다. 따라서 결선투표로 갈 경우 '비윤 결집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만약 2위와 3위 후보가 '비윤·반윤 연대'로 결집한다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선거 초반 대통령실의 미숙하고 무리한 선거 개입으로 이번 전당대회는 '누가 이겨도 지는 게임'에 휘말렸다. 만약 김기현 후보가 승리하면 대통령과 호흡은 잘 맞추겠지만 지난 대선에서 형성된 보수 세력과 중도 세력 간의 선거 연합은 사실상 해체되는 것이다. 나경원 전 의원의 표현을 빌리면 '질서 정연한 무기력'이 지배할 수도 있다.

한편, 안철수 의원이 당선되면 '국정 운영의 적'으로 지목됐기 때문에 친윤 협조 없이는 정상적인 당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고 이번 전당대회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선 윤 대통령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나서야 한다. 당 대표 경선 후보들을 대통령실로 초대해 "윤심은 없다" "탈당은 없다" "누가 돼도 대통령과 당 대표는 하나다"를 강조하면서 '절대 중립 선언'을 해야 한다. 누가 당 대표가 될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결과보다 과정이 아름다워야 전당대회가 빛을 발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총선 승리의 발판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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