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코로나19를 통해 겪은 공공 의료

이준엽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이준엽이비인후과의원 원장)
이준엽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이준엽이비인후과의원 원장)

코로나19가 유행한 지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다가 2022년 2월 오미크론이 폭증하며 기존 방식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해지자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였으며, 2022년 상반기까지 격리 기간 동안 코로나 관련 진료비와 약제비는 전액 무상이었다.

전 국민이 무상으로 치료를 받았다는 장점도 있으나 이로 인한 병폐도 만만찮았다. 무상이다 보니 환자들은 하루에도 수차례 여러 병원에서 비슷한 약을 중복 처방받기도 하고, 상비약 용도로 1달 처방을 원하기도 하여 약이 모자라 품절 대란이 일어났다.

고가인 코로나19 치료제 또한 마찬가지이다. 대상자인 경우 무상으로 처방받을 수 있는데 치료제인 팍스로비드의 경우 60만원의 고가약임에도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없다 보니 복용을 제대로 하지 않고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자 결국 입원과 치료제를 제외한 코로나 관련 무상 정책은 모두 중단되었다.

무상진료의 폐해는 이전부터 있었다.

2006년 6세 미만 아동의 입원진료비 본인 부담금을 전액 면제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경증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6세 미만 아동이 1년 만에 40%나 증가했으며 이 정책은 도덕적 해이와 재정 낭비 때문에 2년 만에 폐지되었다.

세계 최초로 공공 의료보험인 국민건강서비스(NHS)를 도입한 영국을 보면 공공의료 도입 시 의료가 얼마나 엉망진창이 되는지 알 수 있다.

현재 영국의 NHS는 도입 77년 만에 파산 위기에 몰려 있고 환자가 무릎 관절 교체 수술을 받으려면 평균 3년을 대기해야 할 정도로 의료 서비스는 파국을 치닫고 있다.

싼 의료비만 추구하느라 효율성과 적절한 의료 서비스 제공을 포기했던 대가를 영국은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중이다.

공공의료를 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충분한 예산 확보 여부'이다.

공공의료 확충, 보장성 강화는 단발성으로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다. 보장성이 강화될수록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이 지속적으로 투입되어야 하고, 그 재원은 모든 국민이 평생 동안 부담해야 함에도 일부는 이 사실을 외면하고 공공의료를 외치고 있다.

대중은 공공의료라 하면 일단 찬성하고 본다. 현재 대한민국의 우수한 의료 서비스와 의료 접근성을 더 저렴하게 또는 무상으로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오판이다.

혹자는 코로나 유행 시 민간 의료기관이 코로나 진료로는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진료에 소극적이었다고 필수의료 및 공공 의료 강화를 위해 제2 대구의료원을 개설해야 한다고 한다.

대구의료원을 더 짓는다고 해서 필수의료 부족 사태가 해결될지, 누적될 운영 적자는 누구의 돈으로 메꿀 것인지도 의문이거니와 또 하나의 의문은 환자를 열심히 진료하면 당연히 수익이 나야 하는데 코로나19 같은 고위험군 환자를 진료함에도 수익이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상한 일이다. 감염 가능성이 있어 누구나 꺼려 하는 위험한 일을 한다면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있어야 함은 상식임에도 말이다.

값싼 의료가 목적이라면 공공의료가 답일지 모르나 적절한 의료 서비스가 목적이라면 공공의료는 답이 아니다.

공공의료 도입은 정말 신중해야 한다.

충분한 재정 확보에 대한 전 국민적 동의 없이 섣불리 공공의료를 도입했다가는 세계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의료도 영국의 NHS처럼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준엽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이준엽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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