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11시 hy(전 한국야쿠르트)사 박신희(36) 프레시 매니저가 대구 수성구 지산동의 독거노인가구를 방문했다. 박 씨가 건강 음료 배달차를 타고 이층집으로 올라가자 김차자(79) 씨가 밝은 얼굴로 반겼다. 올해로 1년 반 넘게 건강음료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는 김 씨는 "노인들 혼자 사는 데 누가 이렇게 한 번씩 찾아와 주는 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힘이 되고 참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수성구청은 hy와 함께 건강음료를 배달하며 위기가구를 발굴하고 있다. 매일 아침 건강음료를 전달하면서 독거노인 등에게는 안부를 묻고, 음료가 수거되지 않은 가구는 직접 신고한다. 지산동과 황금동, 상동 일대에서 건강음료를 전달하는 박 씨는 "어르신들도 처음에는 어색해하시더니 이제는 집 비울 일이 있으시면 먼저 연락을 주셔서 '음료가 쌓여도 걱정하지 말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지난달 성남시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모녀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올해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의 안타까운 사연이 끊이지 않자 지자체마다 대책을 내놓고 있다. 13일 대구시와 8개 구·군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발굴한 복지 사각지대 위기가구는 모두 4만9천717명이다. 각 지자체들은 이들에게 긴급 복지 서비스나 맞춤형 기초생활보장을 제공하고 민간 사회복지 서비스와 연결했다.
'위기가구발굴사업'은 8개 구·군별 동 차원에서 특화 사업으로 진행된다. 동구 도평동은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반찬 지원 및 배달을 하고 있다. 안심1동은 독거 청·장년의 동의를 받아 안부 확인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다. 숫자 1이 없어지지 않으면 직접 가구에 방문해서 안부를 묻는다. 남구 대명동 역시 ▷고독사 예방 안부확인 캠페인 ▷야쿠르트 배달사업 ▷독거노인 온수매트 지원 사업 등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대구시는 올해 처음으로 도움이 필요한 963가구를 찾아내 맞춤형 복지 서비스와 연결했다. 지난해부터 공공요금 연체 기록으로 복지 사각지대 파악에 나선 결과다. 앞서 대구시는 대성에너지, 한국전력, 상수도사업본부 등과의 업무 협약을 통해 가스, 수도, 전기 등 각종 공공요금 3개월 이상 연체 이력을 2개월마다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찾아가는 발굴 서비스의 한계도 존재한다. 사람이 일일이 가정에 방문에 상황을 확인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박은희 연구위원(사회학 박사)은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사업이 확대되어 위기가구도 AI를 활용해 발굴할 수 있게 됐다"며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더라도 위기 가정에 스마트 기기를 보급해 전자 정보로 손쉽게 위급함을 파악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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