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울진의 밥그릇을 깨지 마라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 반드시 유치를

이상원 기자
이상원 기자

어떤 지역, 어떤 집을 가더라도 화두는 먹고사는 일이다.

'사람이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와 같은 도돌이표 물음처럼 먹거리가 중요한 위치에 올라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마다 인구 문제와 먹거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북 울진군의 사정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울진은 인구 4만7천 명 붕괴 위협을 받고 있다. 먹고살 거리가 없어 떠나기만 하는 것이다.

결국 사람이 몰려올 수 있도록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인데, 울진군은 원전에 이어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를 타깃으로 정했다.

손병복 울진군수는 1월 기자간담회에서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를 반드시 유치해 울진 미래 100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울진군은 이달 말로 예정된 국토교통부의 국가산업단지 발표를 앞두고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 유치에 올인하고 있다.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 주관으로 지난해 11월 8일부터 22일까지 군민 2만여 명의 유치 서명을 받아 경북도에 전달했다.

또 MOU 체결로 산학연 공동 협력 체계를 구축했고 공무원들이 관계 부처로 뛰어다니며 유치에 전력을 쏟고 있다.

탈원전 정책으로 어려운 나날을 보냈던 울진은 원전 입지의 강점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수소 생산 전진기지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울진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원전 8기를 보유 중이며 신한울 3·4호기가 내년 착공에 들어가면 10기로 늘어난다.

원자력수소는 원전의 무탄소 전기와 열을 활용해 청정 수소를 대량 생산하는 산업이다. 경제적인 데다 세계적으로 청정에너지로 분류된다. 원전이 밀집해 있는 울진군이 수소 산업 육성의 최적지로 꼽히는 합리적인 이유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종 발표를 앞두고 불안한 소문이 군민들의 마음을 헤집고 있다.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 안동 바이오생명 국가산업단지, 경주 SMR 국가산업단지 등 경북의 3개 국가산업단지 유치 후보지 중 한 곳만 국토부에서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

"울진이 아닌 다른 곳이 국가산업단지로 선정될 것" "울진은 들러리가 될 것" "이미 게임은 끝났다" 등의 온갖 소문에 군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울진군은 이 같은 소문에 대해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는 대통령 공약 사항이자 국정 과제에 포함된 사안이기 때문에 탈락될 리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지 않길 바라고 있다.

울진이 탈락한다면 손병복 군수의 정치적 리더십 훼손과 군정 동력 상실로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울진군은 국가산업단지 선정에 더욱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울진군 관계자는 "혹시라도 불순한 힘에 의해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 유치가 무산될 경우 신한울 3·4호기 착공은 없었던 일이 될 것"이며 "군민들의 엄청난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주민들의 편안한 삶을 위한 전력 공급을 위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안고 위험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울진 군민들은 이번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 유치에 미래를 걸고 있다는 점을 그들은 알고나 있을까?

울진이 그야말로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책임지는 도시가 될 것인지, 아니면 원전이라는 기피 시설을 무더기로 떠안고 쇠락해 가는 도시로 전락할지는 정부의 현명한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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