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 구룡포수협의 한 수도권 상호금융지점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매일신문 12일 보도)을 두고 구태의연한 조직문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매일신문 취재 결과 구룡포수협 괴롭힘 사건 피해자 A씨가 근무한 금융지점에선 '인맥'과 '돈'으로 직원들을 차별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었다.
A씨 측은 "A씨는 상사가 기르는 식물을 도맡아 닦는가 하면, 사무실 쓰레기통을 비우는 것도 주로 했다. 상사들의 날 선 잔소리가 잇따랐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분위기에서 근무했다"며 "상사들은 이와 반대로 A씨의 동료들에게는 '아버지는 잘 계시냐'는 말을 건네고 지인 안부를 묻는 등 다른 말투와 표정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협 금융지점에 입사하면 가족 또는 지인이 수억 원씩 예금해 주는 것이 당연시되는 조직문화에서 A씨는 아는 사람도 없고 큰돈을 입금해 줄 사람도 없어 상사들에게 모난 돌처럼 보였을 것"이라며 "더구나 A씨가 일한 곳은 수익이 좀 안나는 지점이어서 예치금액에 굉장히 예민해했다"고 덧붙였다.
지점의 본사인 포항 구룡포수협에서도 '갑질'과 '내식구 감싸기' 문화에 휩싸여 이번 사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이 지난 1월 사건에 대해 개선지도 명령을 내리자 구룡포수협 한 고위직 간부가 "상사가 그럴 수 있지, 이런 걸로 징계하면 조직이 망한다"는 식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룡포수협은 노동청에 '우리는 이 사안을 직장 내 괴롭힘을 보지 않는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가 노동청이 재차 괴롭힘 사건이 맞다고 하자 그제야 인사위원회를 열어 A씨의 상사를 징계했다. 징계를 내릴 때도 '이렇게 된 거 제일 약한 걸로 주자'는 분위기였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낡은 조직문화를 뜯어고치자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온다.
구룡포수협 한 직원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경위와 처리되는 과정을 보면서 고위직들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문제의식이 너무 없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런 옛 사고방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사건이 계속 터져 나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구룡포수협은 노동청의 개선지도 명령에 따라 현재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대책이 수립되면 사내에 공개할 방침이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교육도 예정돼 있다.
구룡포수협 관계자는 "노동청이 공고하거나 제시한 사항을 모두 이행하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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