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술관, 어디까지 가봤니?] <1> 작품 속에 들어온 듯 오감 일깨우는 울산시립미술관 ‘XR랩’

국내 공공미술관 최초 실감 미디어아트 전용관
“산업도시·기술중심도시 울산 특성 반영해 특화”

울산시립미술관 XR랩을 찾은 방문객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신윤복의 단오풍정을 재해석한 작품이 3개 면과 바닥에 영상으로 펼쳐진다. 이연정 기자
울산시립미술관 XR랩을 찾은 방문객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신윤복의 단오풍정을 재해석한 작품이 3개 면과 바닥에 영상으로 펼쳐진다. 이연정 기자
울산시립미술관 XR랩을 찾은 방문객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신윤복의 단오풍정을 재해석한 작품이 3개 면과 바닥에 영상으로 펼쳐진다. 이연정 기자
울산시립미술관 XR랩을 찾은 방문객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신윤복의 단오풍정을 재해석한 작품이 3개 면과 바닥에 영상으로 펼쳐진다. 이연정 기자

코로나19의 그늘에서 차츰 벗어나면서 문화예술공간들이 활기를 찾고 있다. 특색있는 콘텐츠로 채워진 곳이라면 비단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든 찾아가서 직접 보고 느끼며 '인증샷'까지 알차게 남기는 것이 요즘 트렌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찾아가 볼만하거나, 최근 주목받는 전국의 문화예술공간 10곳을 소개한다.

커튼을 열고 들어서자 307㎡ 규모의 널따란 전시장이 펼쳐졌다. 전시장을 채운 것은 회화 작품도, 설치 작품도 아니다. 앞면과 양쪽 옆면, 바닥까지 온통 영상 뿐이다.

한 켠에 놓인 방석을 가져와 바닥에 앉았다. 개울물이 앞 화면에서부터 흘러 바닥을 지난다. 어느새 나는 바위 위에 앉아 있다. 사방이 일렁이는 물결과 흔들리는 풀이다. 자연의 소리와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름다운 연주가 귀를 감싼다.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아낙네들과 그네 뛰는 여성이 보이고, 짓궂은 사내들이 왼쪽 화면에서 나타나 오른쪽 화면으로 뛰어가, 바위 뒤에 숨어 엿본다. 조선후기 풍속화가 신윤복의 '단오풍정' 실사판을 보는 듯한 생생한 풍경이다.

영상이 새까매지더니 달이 뜬다. 밤하늘 한가운데 떠있는 듯한 기분이다. 달빛만이 비추는 밤, 누구에게 들킬세라 남녀가 담장을 따라 뛴다. 달 아래 몰래 만나는 남녀의 모습을 그린 신윤복의 '월하정인'은 이러한 스토리에서부터 시작된걸까. 내가 당시의 화가였다면 수많은 장면 중 어떤 부분을 '캡처'해 화폭에 옮겼을까.

새로운 감각으로 마주한 신윤복의 작품은 또다른 상상으로 확장하는 즐거움을 준다. 지난해 1월 개관한 울산시립미술관의 XR랩은 국내 공공미술관 처음으로 갖춰진 '실감 미디어아트' 전용관이다. 'XR'(Extended Reality)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혼합현실(MR)을 총망라하는 초실감형 디지털 기술이다. 관람 후 만난 신채림(24) 씨는 "정적인 그림을 보며 상상하던 것을 실현해놓은 느낌이다. 마치 작품 속에 들어간 듯 신선했다"고 평했다.

지난해 1월 문을 연 울산시립미술관 전경. 울산시립미술관 제공
지난해 1월 문을 연 울산시립미술관 전경. 울산시립미술관 제공

울산시립미술관은 건립 초창기부터 미디어아트에 특화한 미술관을 컨셉으로 삼았다. 명실상부 산업도시이자 기술중심도시인 울산의 특성을 반영한, 그야말로 울산과 가장 잘 어울리는 미술관인 셈이다.

정필주 울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XR랩을 보기 전과 보고 난 후 분명 감각이 달라질 것"이라며 "감각을 확장하는 것은 현대미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며, 그것이 미술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감각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전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간 융합을 통해 미술의 경계를 넓혀나가는 전시들을 앞으로 선보이려 한다"고 덧붙였다.

기술 중심의 미술관이다보니 층고가 높아 다양한 장비를 설치할 수 있고, 대형 작품 전시에도 적합한 환경을 갖췄다. 또한 XR랩에서 전시하는 작품은 XR랩에서만 상영할 수 있는 맞춤형 작품이어서 특수성이 있다. 지난해 XR랩 관람객의 30%는 타지에서 찾아왔을 정도로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XR랩 전시장 앞에서 내려다본 지하 2층은 분주했다. 16일 개막하는 '이건희 컬렉션-한국 근현대미술 특별전' 준비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달 말에는 편의동 공사가 마무리돼 북카페 '지관서가'가 문을 열 예정이어서 관람 후 쉴 곳을 찾아 멀리가지 않아도 된다.

XR랩 뿐만 아니라 1~3전시실, 교육실, 다목적홀 등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전시·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성인 관람료는 1천원, 19세 미만은 무료다. 052-211-3800.

울산시립미술관 지하1층에서 바라본 지하2층 전경. 이건희 컬렉션 전시 준비가 한창이다. 이연정 기자
울산시립미술관 지하1층에서 바라본 지하2층 전경. 이건희 컬렉션 전시 준비가 한창이다. 이연정 기자
울산시립미술관이 최근 발간한 울산 원도심 문화지도. 울산시립미술관은 기존에 자리하고 있던 문화공간들의 접점을 만들고 함께 순환하는 건강한 지역 문화생태계를 만드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이연정 기자
울산시립미술관이 최근 발간한 울산 원도심 문화지도. 울산시립미술관은 기존에 자리하고 있던 문화공간들의 접점을 만들고 함께 순환하는 건강한 지역 문화생태계를 만드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이연정 기자
울산시립미술관 약도.
울산시립미술관 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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