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묵은 숙제 '층간소음'...국토부 연구용역 진행

층간소음 신고 증가 추세
기존 제도로는 한계 있어
하자 판정 기준 마련 움직임

정부가 아파트 층간소음을 막기 위해 공동주택 바닥구조에 대한 하자 판정기준을 마련한다. 대구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정부가 아파트 층간소음을 막기 위해 공동주택 바닥구조에 대한 하자 판정기준을 마련한다. 대구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주민 A씨는 위층 주민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프다. 어린 자녀를 키우면 그럴 수 있다 이해하려 해도 정도가 심하다는 생각이다. 평일 저녁, 주말 쿵쿵 거리는 소리에 마음을 진정시키기 힘들다.

A씨는 "참다 못해 위층을 찾아 주의해달라고 얘기했다. 윗집 아이 어머니가 우리 집을 찾아와 과일을 건네면서 사과한 적도 있다 보니 차마 강하게 항의하진 못했다"며 "괴롭다. 아파트 제일 위층으로 이사를 가든지, 단독주택으로 옮겨야 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는 해묵은 문제다. 정부가 심각한 사회문제인 층간소음을 막기 위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바닥구조에 대한 하자 판정기준을 마련하기로 해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자료에 따르면 층간소음 신고는 2021년 4만4천596건으로 2019년 2만6천257건에 비해 77% 이상 늘었다. 2022년 상반기에도 층간소음 신고가 2만1천915건 접수됐다.

수성구 한 아파트 동 대표 B씨는 "주변을 돌아보면 층간소음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경우가 흔하다. 이 갈등이 이웃 간 폭력 사태로 이어지는 사례로 뉴스에서 매해 접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탓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더 갈등이 많아진 듯하다"고 했다.

그동안 정부가 층간소음 문제에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실험실 측정에 한정된 사전인정제를 보완해 지난해 8월부터 공동주택 준공 전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측정하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전체 아파트의 2~5%를 대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란 게 한계로 지적됐다. 매트 설치 지원, 리모델링 공사비 일부 지원 등 여러 방법도 동원 중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지역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실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을 구현하는 건 어렵다. 엄격한 조건 아래 연구가 진행되는 실험실에서와 달리 현장에선 변수가 많다"며 "아파트 대부분은 벽이 위층 바닥을 지지하는 구조란 것도 문제다. 바닥 두께를 두껍게 하는 건 분양가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최근 국토교통부가 '공동주택 바닥구조에 대한 하자 판정 기준 마련 연구 용역'을 진행하기로 한 건 반길 만한 일. 공동주택 하자에 대한 개념을 만들고, 바닥구조에 대한 하자 판정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하자 판정 조사 방법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용역 결과는 올해 말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연구용역 제안 요청서에서 "아파트 거주자 중 약 64%가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을 경험하고 있다"며 "층간소음 분쟁을 두고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는 설계도에 맞게 시공했는지 여부만 따진다. 입주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구체적인 하자 판정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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