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지하철 참사의 아물지 않은 상처, 기억하고 성찰해야

대구지하철 참사가 올해 20주기를 맞았다.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2분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서 화재가 발생해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쳤다. 우리 사회가 물질적 성장에 급급해 생명과 안전을 소홀히 한 결과가 빚은 대형 참사였다. 위기관리 시스템이 없어 사고 대응과 수습도 허둥댔다. 대구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고, 희생자와 시민들은 견디기 힘든 고통과 슬픔을 겪었다. 다행히 지하철 참사는 도시철도 내장재를 불연재로 바꾸고, 안전 관련 기본법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20년이 지났는데도 그날의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2·18부상자대책위원회가 열렸다. 부상자와 부상자 가족 등 20명이 모였다. A(65) 씨는 사고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딸의 생계를 지금껏 책임지고 있다. 그는 "사고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딸은 이제 40대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최근까지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후유증이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호흡기 수술만 11차례 받은 B(66) 씨는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힘겹다"고 호소했다.

부상자와 가족들은 국가가 부상자의 치료·관리를 지원해야 한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이동우 부상자대책위원장은 "시간이 갈수록 부상자들의 육체·정신적 피해는 커지고 있지만, 지원은 점차 줄어 생활고를 겪거나 가정이 무너진 이들이 상당수"라며 "사고가 나고 16년 뒤에야 제정된 조례에 따라 마련된 부상자 의료비 지원 사업도 사업 기간이 올해까지"라고 지적했다. 부상자대책위도 존폐 위기에 놓였다. 그동안 사비와 가족 후원금으로 운영됐는데, 이마저도 한계상황이다.

부상자들은 가스 노출과 화상 후유증으로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국가와 대구시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중단 위기에 놓인 부상자 의료비 지원 사업은 지속돼야 한다. 우리는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성찰해야 한다. 안전과 위기관리 시스템의 허술한 부분이 아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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