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추락하는 경북대] 대구경북 위상도 동반 추락…쇄신과 혁신만이 살 길

경북대 위상 추락, 대구경북 지역 위상 추락과 닮은꼴
우물 안 개구리… 언제까지나 정부가 챙겨주는 게 아냐
총장직선제 폐지, 강한 리더십 통해 변혁 이끄는 것도 방법
지난해 11월 개인 정보 무더기 유출에도 교직원 무덤덤
지역사회의 신뢰 회복하는 데도 적극적인 노력 있어야

코로나 거리두기로 야간에 경북대 캠퍼스 잔디밭을 찾은 학생들.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가려는 현실과 닮아 보인다. 매일신문 DB
코로나 거리두기로 야간에 경북대 캠퍼스 잔디밭을 찾은 학생들.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가려는 현실과 닮아 보인다. 매일신문 DB

경북대의 위상 추락은 대구경북의 지역적 위상 추락과 닮은꼴이다. 정치권이 알아서 지원해줬고, 애써 상대를 설득하지 않아도 우리 지역만의 '몫'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심리적 안주가 당연한 듯 인정받아온 세월에 스몄고, 어느새 우물 안 개구리가 됐다. 언제까지나 정부가 거저 주고 학생들이 알아서 오는 게 아니다.

근래 들어 피부로 느끼는 현상도 아니다. 경북대도 이런 현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자구책을 마련하는 등 변해가는 세태에 적응하려 한다. 다만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에는 힘에 부친다.

최근에는 도덕성에도 치명타를 입었다. 잇따른 교수 채용 비리와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응하는 경북대 조직의 관료적 자세는 지역민들의 혀를 내두르게 한 직접적 원인으로 꼽힌다. 지역민들의 신뢰 회복도 숙제로 떠오른 것이다.

◆경북대의 위상 추락과 자구책

명실상부한 지역의 중심축이던 경북대의 위기는 단순하게 풀어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학령인구는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도권 대학으로 쏠림 현상은 격화하고 있다. 지역 산업 선도 역할도 쪼그라드는 추세다. 무엇보다 대구경북 산업의 전진 기지였던 구미의 일부 산업시설들이 수도권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의 모바일공학과처럼 당시 정부는 전자공학과를 중점적으로 육성한 바 있다. 인재들이 저렴한 등록금과 우수한 교수진, 그리고 미래가 보장된 직장을 선택해 대거 경북대로 향했던 추억이다. 지금은 다르다. 정부가 작정하고 육성하는 1970년대식 성장방식을 담보할 수 없다.

경북대도 이런 저간의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정원 감축에 나설 계획도 갖고 있다. 2024, 2025학년도의 정원을 각각 31명과 32명 등 모두 63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각각 10명씩 모두 20명에 대해 학과별 추가 정원 조정을 할 계획이다. 정원 감축은 신입생 충원율 100% 이하를 몇 년째 기록하다 급기야 2021년 98%대로 떨어지자 나온 추세적 처방이다. 근소한 차이지만 전국의 지역거점국립대 9곳 중 7위라는 신입생 충원율 성적표를 받은 탓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2024년 학령인구 절벽에 선제 대응하는 것이다. 경북대 기획처 관계자는 "충원율 평가 배점이 높아질 2024년 기본역량진단평가 결과는 일반재정지원사업 신청 자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선제적으로 정원 감축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14일 경북대학교 북문에 국립경북대학교 알파벳 표기
14일 경북대학교 북문에 국립경북대학교 알파벳 표기 'KNU' 앞으로 한 학생이 지나고 있다. 지방거점국립대 경쟁력 약화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정원 감축, 근본 해결책 될까

신입생 충원율, 재학생 충원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정원 감축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이는 지역거점국립대에게 '언 발에 오줌 누기'일뿐이다. 교육부 재정 확보가 중차대한 과제이긴 하나 숫자 놀음에 연연하면 매년 지난한 숫자 싸움을 반복해야 한다. 분모인 정원을 줄이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으나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탓이다.

학사 정원을 채우는 데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합격선 등급의 지속적 하락이 불러올 지역민들의 외면이다. '학생 충원 100%'라는 단순한 숫자 싸움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합격선 붕괴의 도미노는 대학원 쇠락으로 직결된다. 석·박사 지원자 감소는 추가 모집을 기본값으로 삼은 지 오래다. 이마저도 80% 안팎의 충원에 그친다. 연구 인력마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단단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방대학 출신 교수 쿼터제' 도입 제언이 나오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백약이 무효하다. 지역거점국립대의 기능을 충실히 하기 위한 근본적 방책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학부모가 자녀를 보내고 싶어 하고, 학생이 가고 싶어 하는 대학이어야 한다. 대구사범학교의 후신인 사범대학 재학생은 1980년대까지 100% 교사로 채용됐었다. 영남대 지역사회개발학과에 1970년대 7급 공무원 특채라는 조건을 내걸었기에 우수 학생들이 몰렸던 것과 같다.

한강 이남 최고의 대학이라는 명성을 되찾기란 난망하다. 다만 과거의 영광에는 이유가 있다. 반추하면 현재 문제를 풀어나갈 해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나마 현실적인 카드가 등록금 인하다. 지역거점국립대의 등록금은 압도적 우위에 있었다. 사립대학의 절반, 일부 학과는 3분의 1 수준이었다. 등록금은 우수 학생 유치에 여전히 매력적인 당근이다. 윤석열 정부가 꺼내든 '라이즈 교육 체계'가 강조하는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고, 지자체와 머리를 맞대 지역과 상생하려 노력한다면 답이 없는 것도 아니다. 대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것도 회생을 위한 비법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병욱(포항 남·울릉) 국회의원은 총장직선제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강한 어조로 전했다. 김 의원은 "정원 감축 등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인기영합주의 양상을 보이는 총장직선제를 폐지해 강력한 리더십으로 대학 구조를 바꾸는 시도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에서 있은
대구시교육청에서 있은 '2022년도 국회 교육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홍원화 경북대 총장이 현안을 보고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역민에 신뢰 회복 병행해야

자부심과 자만심은 글자 하나 차이가 아니다. '우리가 최고, 우리가 가면 길'이라는 자만은 잇따른 사고를 부른 근본 원인이었다. 특히 국악학과 교수 채용 과정은 무용지물이 된 검증 시스템과 자만심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 진리의 상아탑으로, 지역민의 신뢰를 한몸에 받던 대학이 일부의 일탈에 야바위꾼으로 폄훼되는 건 순간이다. 수많은 동문과 교수들이 신뢰의 성을 쌓는 데 70년 넘게 걸렸다. 서로가 견제하고 선순환 구조로 가려는 움직임이 있어야만 지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경북대는 갖가지 비위 행위가 드러나면서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최근 6년간 각종 비위로 교수 10명을 직위 해제하는 등 지역거점국립대 중 가장 많은 비위 행위가 적발된 곳으로 지적된 터였다. 비위의 질도 좋지 않다. 직위 해제 사유로 연구비 편취가 3명으로 가장 많았고 ▷연구비 부당 집행 2명 ▷교수 공채 비위 2명 ▷뇌물 공여 및 불법 정치자금 교부 1명 ▷성추행 1명 등이었다. 연구비 부당 집행 금액이 수억원대였음에도 여전히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교수도 있다.

특히 최근 일어난 학교 내 개인 정보 유출 사건에 대처하는 교직원들의 자세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난해 11월 3일 경북대 재학생과 졸업생, 수시모집(2018학년도) 지원자 등의 개인 정보가 무더기로 유출한 것은 재학생 2명의 일탈이었지만 이후 대처는 경북대 교직원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한 부분이었다.

학내 정보시스템에 무단으로 접속해 유출된 정보는 학번과 이름, 사진, 생년월일, 비밀번호 등 다양했다. 그럼에도 경북대는 사건 발생 2주일이 넘어서야 개인 정보 유출 안내 문자를 재학생과 졸업생에게 발송했다. 경북대 측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처리하고, 유출 대상자를 파악해 알리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개인 정보는 모두 회수했고, 추가 유출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학생과 졸업생을 비롯해 지역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허술한 보안도 문제였지만 학생들이 항의를 하자 뒤늦게 형식적인 사과를 했다. 경북대가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임에도 학생들과 소통이 잘되지 않고, 지역과 함께 발전해 나가려는 모습 또한 보이지 않는다고 느낀 게 단지 느낌만이 아니었다는 확신만 키운 대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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