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엑스코 없는 엑스코선, 경북대 없는 경북대역'…역 위치·노선도 논란

도보 거리 500m 이동 부담, 유통단지 상인들 거센 반발
경북대 실질적 정문 '경대 북문' 안 서는 경북대역
목적지와 420m 이상 떨어지면 이용수요 저하
모노레일→AGT 전환 등 사업비 상승압력 커…관련 민원 수용에 한계 노출할 듯

엑스코선 기본계획도. 대구교통공사 제공
엑스코선 기본계획도. 대구교통공사 제공

대구 도시철도 엑스코선 기본계획(초안) 공개(매일신문 2월 12일 보도) 이후 역사와 노선도를 둘러싼 논란에 불이 붙고 있다.

엑스코와 거리가 먼 엑스코역을 두고서는 '엑스코 없는 엑스코선'이라는 비판이 인다. 경북대학교 인근 역사는 학생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북문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기본계획상 엑스코선 정거장은 수성구민운동장-범어역-MBC네거리-동대구역-파티마삼거리-공고네거리-시청 별관(산격청사)-경북대-엑스코-금호워터폴리스-이시아폴리스 등 11곳이다.

이 가운데 엑스코역과 엑스코는 지도상 직선거리로 350m, 도보 거리로 500m 정도 떨어져 있다. 3년 전 엑스코선 예타 통과 당시때부터 엑스코와 맞닿은 엑스코역 건설 요구가 거셌지만 대구교통공사는 건설비 부담과 환경 훼손 등을 이유로 이번 기본계획에 반영하지 않았다.

종합유통단지 상인들은 현재 역 위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달 말 공청회를 앞두고 상인들은 "애초 엑스코선의 탄생 배경은 도시철도 사각지대인 엑스코와 인근 종합유통단지에 도시철도를 연결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위치로는 엑스코선 취지를 살릴 수 없다"며 집단 행동을 예고했다.

경북대역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기존 경북대역은 복현오거리 방향으로 경북대와 멀어졌다. 이번 기본계획상 경북대와 가장 가까운 시청별관(산격청사)역은 북문과 400m쯤 거리에 있다.

애초 대구교통공사는 경북대 내부를 통과해 노선 길이를 줄이는 방안 등을 검토했으나 산격청사와 삼성창조캠퍼스 등 주변 지역 교통 수요와 접근성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현재 노선을 채택했다.

전체적으로 넓은 역 간 거리에도 민원이 잇따를 전망이다. 이번 기본계획상 엑스코선 역 간 평균거리는 1천227m로, 800m 미만인 3호선과 큰 차이를 보인다. 최초 계획 당시 13개 역사를 구상했으나 예비타당성 통과 과정에서 10곳으로 '다이어트'를 했고,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공고네거리' 역 1곳을 신설하는 데 그쳤다.

엑스코역에서 금호워터폴리스 간 거리는 2.1㎞, 금호워터폴리스~이시아폴리스도 1.54㎞에 달하는 등 통상적인 도시철도 역사 간격에 비해 거리가 멀어 향후 공청회 등 주민의견 수렴 절차에서도 진통이 따를 가능성이 크다.

건설비 상승도 부담이다. 엑스코선의 예비타당성 조사 당시 사업비는 6천812억원, 이번 기본계획상 사업비는 7천805억원으로 14.6% 증가했다. 모노레일에서 AGT(경전철)로 차량 방식을 변경하면서, 교각 등 구조물 건설 비용 역시 증가한 영향이 크다. 기재부가 용인해주는 물가상승률 반영분을 적용해도 사업비 상승분은 이미 9.75%에 달하는데, 15% 이상 사업비가 증가하면 예타를 다시 받아야 한다.

교통 분야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환경에서 도시철도 역사 간 간격은 1㎞ 미만이 이상적이라고 지적한다. 교과서적으로 역사와 목적지·출발지 간 거리가 430m 이상이 되면 이용자들이 도보로 이동하는 데 부담을 느껴 이용을 꺼린다는 것이다.

유영근 영남교통정책연구원장은 "도시철도는 간선교통수단으로 많은 인원을 빠르게 수송하기 때문에 역 간 거리를 너무 짧게 가져갈 수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멀게 배치하면 효용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며 "역 간 간격을 길게 유지할 경우 연계교통수단 확충 등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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