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부끄러움 모르는 정치인들

이대현 논설실장
이대현 논설실장

사람은 착하게 태어났다고 믿은 맹자(孟子)는 사람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네 가지 마음, 사단(四端)이 있다고 주장했다.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있다고 봤다.

맹자의 사단 중 가장 실종된 것이 수오지심이 아닐까 싶다. 수오지심의 수오는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타인의 잘못을 미워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잘못에 대해서는 미워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잘못은 부끄러워하지 않는 게 요즘 세태다. 남의 옳지 못함을 지적하기 위해서는 내게 옳지 못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탓에 의(義)가 흔들리는 세상이 됐다.

부끄러움은 인간만이 느끼는 감정이다. 마크 트웨인은 "인간만이 얼굴이 붉어지는 동물"이라고 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부끄러움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로 시작하는 윤동주의 '서시'가 두고두고 사랑받는 것은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다짐하게 만들어서다.

문재인 정권이 잘못한 것이 많지만 가장 큰 잘못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나라'를 만든 것이다. 수많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은커녕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문 정권이 촉발한 부끄러움을 모르는 전염병이 국민 전반에 확산되고 말았다.

정권을 내주고서도 좌파 진영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병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장동 의혹 등으로 검찰에 잇따라 소환되면서도 부끄러움을 표하기보다는 검찰과 윤석열 정권 공격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가운데 1천700만 원을 유용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대부분 무죄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돕는 비영리 단체의 기부금을 한 푼이라도 유용했다면 머리 숙여 사죄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윤 의원 범죄가 별것 아닌 것처럼 두둔했고, 윤 의원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게서도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인들이 넘쳐나는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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