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형마트 휴업일 조정, 대결에서 조화로의 전기(轉機) 삼자

대구 대형마트가 지난 일요일(12일) 문을 열고, 월요일(13일)에 쉬었다. 의무휴업일에 문을 연 것은 11년 만으로 대구가 전국 특별·광역시 중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 2012년, 대기업들로부터 전통시장·골목상권을 지켜야 한다면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 의무휴업일 제도를 도입했고 2·4주 일요일이 그날이 됐다. 그러나 소상공인 보호라는 취지를 달성하고 있는지 논란이 일었고, 소비자 효용을 침해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회에서는 법 개정을 위한 논의가 이어져 왔고 윤석열 정부는 이 규제를 손보겠다는 입장까지 내놨지만 실행은 쉽지 않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깃대를 잡았고, 구·군과 협의 후 고시 절차를 거쳐 대구 의무휴업일은 2·4주 월요일로 변경됐다. 홍 시장은 지난달 16일 시청 출입기자들에게 "대형마트가 일요 휴무 한다고 해서 전통시장이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가진 자나 부자를 억누르면 못 가진 자한테 돌아간다는 잘못된 논리 구조로 만들어진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12일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의 반응은 좋았다고 한다. 중소기업이 절대다수인 대구경북 산업 현장 특성상 토요일에도 일하는 사람들이 적잖은데 일요일에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바람에 그동안 장 보는 데 불편을 겪어 왔다는 것이다. 같은 날 서문시장 등 전통시장을 찾는 발걸음도 큰 변화치를 보이지 않았다는 게 상인들 설명이다.

한약재 거래로 유명한 83년 전통의 서울 경동시장 상인들은 상권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자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입점시키고, LG전자와 협력해 친환경 물품을 판매하는 '금성전파사'를 유치했다. 시장 안 폐극장을 개조해 스타벅스 매장을 불러들여 MZ세대도 그러모았다. 유통 대기업을 바라보는 증오적 시선을 돌려세운 대구의 시도 역시 대결이 아닌 상생과 조화 분위기 조성이 목표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대결적 배제 구도는 결국 실패한다는 것을 전국 곳곳의 유통 혁명 현장이 이미 가르쳐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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