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과 함께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원하는 플레이를 펼칠 때가 가장 행복해요. 대구, 나아가 전국 최고의 여자 풋살팀을 목표로 뛰고 있습니다."
남성들의 스포츠로만 여겨지던 풋살, 축구 등 구기 운동종목에 '여풍'이 불고 있다. 특히 대구에선 최근 활동적인 운동을 즐기는 여성들이 늘면서 풋살 여성 동호인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대구 달서구 롯데백화점 상인점 8층에 있는 풋살장. 늦은 저녁 시간, 야간 조명만 빛을 내는 그라운드에 대구 여자 풋살팀 '티키타카' 회원들이 들어섰다. 검은 레깅스나 조거 팬츠를 입은 이들은 다소 추운 날씨에 민소매 패딩까지 껴입은 차림새였다.
20명에 이르는 회원은 대부분이 20, 30대였다. 직업군도 교사, 자영업자, 댄스 강사, 태권도 선수, 피아니스트까지 다양했다. 이들 회원 중에선 이른바 '선출'도 5명이 포함돼 있었다.
서로 만나 반가운 인사를 주고받기도 잠시, 회원들은 사뭇 진지한 분위기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수비 압박 사이에서 패스를 주고받는 콤비네이션 훈련 이후에는 콘 장애물을 돌파하는 드리블 훈련이 이어졌다. 이들의 훈련은 선수 출신의 코치가 진행했다.
이후엔 회원 간의 5대 5 풋살 경기가 열렸다. 강한 몸싸움에도 위축되지 않았고, 넘어져도 금세 훌훌 털고 일어나 다시 뛰었다. 제법 날카로운 패스나 힘이 강하게 실린 슈팅이 보일 때도 있었다. 골대가 출렁이자 회원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물론 실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트래핑 중에 공을 놓치거나, 헛발질 하는 모습이 나올 땐 주변 회원들이 "괜찮아"라며 다독이기도 했다. 이들을 지켜보는 코치는 이따금 교정이 필요한 부분을 전달했다. "수비 좁히고, 공격은 넓게 해!", "너무 빨리 하려고 하지 말고, 위치 잘 잡아야 해!"
◆대구에 뿌리내린 여자 풋살
지난해 5월 결성된 티키타카는 대구의 대표적인 여자 풋살팀 중 하나다. 현재 정원 20명은 전부 다 찼고, 예비 순번을 받고 기다리는 이들까지 있다.
티키타카뿐만 아니다. 지난 1, 2년새 대구에 여자 풋살팀이 여럿 생겼고, 현재는 10여 개로 늘었다. 대부분 20~30명 정도의 적잖은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팀이 새로운 회원들을 받는 경로는 대부분 인스타그램 등 SNS다.
흥미로운 점은 대다수의 팀이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팀은 선수 출신 감독이 기본기 중심으로 회원들을 지도한 뒤 실전 경기를 진행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팀에 따라서는 선출 회원이 감독이나 코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풋살을 처음 접하는 회원이 많아 전문가의 지도가 필요한 이유가 크다.
티키타카의 회장인 방우리 씨(34)는 대학 시절 우연히 접한 축구에 빠진 뒤부터 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대구에서 체육 교사로 일하는 그는 쉬는 날이면 마음 맞는 친구들과 같이 공을 차다가, 지난해 본격적으로 풋살팀을 창단했다.
방 씨는 "티키타카는 패스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주고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지은 팀명"이라며 "주변에서 '축구선수 할 거냐'고 놀리기도 하지만,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 공을 차는 게 너무 즐겁다"고 했다.
몇 년째 풋살을 즐겨온 이들도 있지만, 이제 막 공을 차기 시작한 '풋린이'(풋살+어린이)도 있다. 이들은 하루하루 성장하는 자신의 실력을 보며 의지를 더욱 불태운다. 훈련 도중 아쉬웠던 모습을 복기하며 연습에 더 열을 올리기도 한다.
풋살 7개월 차인 송예은(30) 씨는 "지인들과 재미로 풋살을 접했다가 완전히 빠지게 됐다"며 "여럿이서 하는 운동이니까 단합력도 생기고, 힘들어도 조금 더 뛸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댄스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은별(26) 씨는 "주변에서는 왜 헬스장이나 골프가 아니고 풋살을 하느냐는 반응도 있다. 그래도 내가 재밌으니 오히려 홍보하고 다닌다"며 "풋살은 계단식으로 실력이 늘어나는 것 같다. 훈련이 어느 정도 몸에 익으면 본격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회에 목마른 여성 풋살인
경쟁이 없다면 어떤 운동이든 재미가 반감된다. 누구든 실력을 키우고 나면 다른 이들과 부딪혀보며 스스로의 위치를 확인해보고 싶기 마련이다.
그러나 늘어나는 여성 풋살 동호인과는 달리, 이들이 서로 경쟁할 수 있는 대회는 지역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대구에서 열리는 여성 풋살 대회는 2021년부터 대구시풋살연맹이 개최하는 '대구시장배 여성풋살대회'가 유일하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대회론, 여성 풋살인들의 목마름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남자 대회는 대구시장기대회, 생활체육축전. 협회장기와 각종 스포츠 클럽 대회 등으로 다양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했던가. 지역 여성 풋살인들은 자체적으로 대회 형식의 경기를 만들었다. 지난 11일에는 티키타카가 대구 여자 풋살팀 5곳을 초청해 대구 북구 J풋살파크에서 친선 교류전을 열기도 했다. 이번 친선 교류전은 대구시풋살연맹의 지원을 받아 개최됐다.
방 씨는 "친선 교류전을 제안하니 다른 팀들이 반색을 하며 수락했다. 다들 대회에 대한 갈증이 큰 상황"이라며 "심판은 각 팀 코치들에게 부탁해 비용을 최대한 아꼈다"고 했다.
동호인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지역에서도 여자 풋살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최태원 대구시풋살연맹 회장은 "2021년부터 시작한 대구시장기 대회는 올해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며 "아울러 여성 풋살인들이 실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전국 대회 개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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