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두바퀴로 달려보는 경북도 명품 자전거길] 포항 하늘길

경사 23도 헉헉 올랐더니 하늘에 풍덩!
두 갈래 숲길 관통하는 상정 임도…호이곶 20km, 해봉사 지나면 30km
곤륜산 정상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칠포항, 오도리 마을, 산책로 한눈에

경북 명품자전거 탐사대원들이 곤륜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점프를 하며 인생샷을 남기고 있다.
경북 명품자전거 탐사대원들이 곤륜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점프를 하며 인생샷을 남기고 있다.

경주를 지난 형산강은 포항을 관통하여 마침내 동해와 한몸을 이룬다. 강과 바다와 곶은 포항을 넘실댄다. 포항은 힘의 도시, 역동성의 도시다.

이 포항을 나타내는 말은 여럿이다. 세계1위 포스코 철강회사를 자랑삼아 '철강도시', 우리나라 동해의 웅비를 상징하는 '환동해 중심 도시', 동해의 곶(串)이 독도를 261Km 발치에 두고있는 ' 우리나라의 '동쪽 땅끝 도시', 구룡포, 도구, 송도, 칠포, 월포, 화진 해수욕장등이 펼쳐진 '해변 도시', 해병대 1사단이 있고, 훈련단이 있는 '해병의 도시'등 젊음이 꿈틀대는 수사어로 가득하다.

여기에다, 하나를 보탠다. '하늘 도시'다. 바다도시에 난데없이 왠 하늘? 사실, 포항은 나즈막한 지형이다. 서쪽으로 영천, 경주 그리고 청송과 맞물려 우뚝솟은 최고봉인 면봉산(1,120m)을 제외하면 포항은 대체로 점쟎다. 그 하늘길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비밀을 찾아 두바퀴는 달린다.

경북 명품자전거 탐사대원들이 호미곶 상생의 손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경북 명품자전거 탐사대원들이 호미곶 상생의 손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호미곶 둘레길, 상정임도

자전거를 타는 라이더라면 호미곶은 필시 서너번은 들러봤을 터이다. 호미곶 한바퀴 도는 둘레길은 늘 즐거움이 가득하지만 호락호락한 길은 결코 아니다. 강사리 해변길을 지나 호미곶, 대보항을 지나 '상생의 손'과 '새천년 기념관'을 배경삼아 증거를 남기고 나면 본격적인 둘레길의 업다운이 시작된다.

하지만, 늘 그렇듯 어마어마한 절경의 보상에 감탄하다 보면 약30Km에 걸친 둘레길을 금새 끝나간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젠, 호미곶 속살의 하늘 속으로 들어갈 볼 참이다. 길은 도구 해수욕장에서 시작한다. 목표는 호미곶! 해안길로 도는 것이 아니라 산속 숲길을 관통한 하늘길을 따라가 본다. 바로 "상정 임도길"이다. 길은 두 갈래이다. 곧장 호미곶 향하는 숲길은 약 20Km, 해봉사 등 석병리로 빠지게 되면 약30Km다.

경북 명품자전거 탐사대원들이 연오랑 세오녀 공원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경북 명품자전거 탐사대원들이 연오랑 세오녀 공원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도구 해수욕장 데크길따라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시원스런 동산공원묘역이 나타난다. 연이어, 윷판재를 지나면, 해발 230m의 금오산 자락의 '중앙 봉수대'에 이른다. 저 먼발치 바다길이 시원스레 눈아래 펼쳐진다. 이제 반쯤 왔다. 경사도 5~12도 전후의 숲길이 계속 이어진다. 힘이라도 남아 있으면 해봉사로 둘러 갈수도 있지만 호미곶으로 곧장 향한다.

얼마나 달렸을까? 다리 근육의 힘이 풀릴 즈음이면 삼정해변으로 향하는 이정표를 만난다. "휴 살았다", 고생끝. 이제는 바다가 일렁대는 곡선길을 슬슬 따라가기만 하면 임수 완수다. 약20Km에 이르는 상정임도 숲길은 아기자기하고 다채로움을 가득안은 호미반도 한가운데 능선을 관통하는 하늘길이다.

경북 명품자전거 탐사대원들이 곤륜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북 명품자전거 탐사대원들이 곤륜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항 하늘길 4선

포항 자전거 오르막 하늘길, 따끈한 4선을 달려본다. 칠포 해수욕장에서 약 300m 좌측, 슈퍼앞 주차장은 늘 젊은이들로 북적인다. 곤륜산(昆輪山) 초입이다. 정작, '곤륜산' 이란 말은 중국에서 유래했다. 전설속의 '서왕모가 살고 있는 옥루봉'이란 의미로 신선이 사는 땅, 구름을 타고 오르는 산이란 뜻으로 곤륜산이라고 불리웠다.

고작 177m다. 그런데 무시했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걸으면 약 25분 정도 남짓, 경사각이 대단하다. 자전거 도전족들은 다들 상기된 눈빛으로 채비를 한다. 초입 부분, 언뜻 경사도 약20~23도는 돼 보인다. 과연 몇명이나 끝까지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 완주할수 있을까? 다들 화이팅을 외치지만 몇몇은 어두운 표정이다. 아니나 다를까, 첫번째 언덕에서 3명은 나가 떨어졌다. 마지막까지 3명이 완주했다. 정상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다.

사방기념공원
사방기념공원

한켠으로 칠포항이 보이고, 구름낀 반대쪽은 오도리 마을, 또 해안 산책로의 허리길이 선명하다. 어디서 찍어도 명장면이다. 여기는 동해가 적나라하게 바라보이는 "포항 하늘길"이다. 왠 산꼭대기에 배 한척? 2021년 tvN "갯마을 차차차" 소품의 하나로 이곳 묵은봉(해발 126m) 꼭대기에 돛단배를 가져다 놨다. 자전거는 옆으로 난 숲길을 오르기로 한다. 고작 해발 120m 정도지만 경사각이 호락호락치 않다.

꽤나 헉헉댄 끝에 정상부에 다다른다. 여기는 "사방기념공원"이다. 1977년 산, 비탈, 강 기슭등 흙벽이 쓰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적인 치산치수 사업의 일환으로 옹벽을 쌓고, '흙떼'를 붙이고, 2400만 그루의 나무를 이곳 묵은봉 기슭에 심었다. 그 노고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공원이다. 그 정상부에서 바라보는 동해는 일품이다.

자전거 부대는 다음 하늘길을 향한다. '칠포리' '오도리' 마을을 향해 땀을 삐질 흘린다. 오른켠 낭뜨러지옆으로 뱃머리가 솟아 나와있다. 바로 '해오름 전망대'다. 아슬한 발걸음으로 뱃머리 선두쪽으로 나서니, 가파른 절벽 아래로 동해의 물보리가 꽈리를 튼다. 마치, 용오름을 닮았다. 탄성을 멈출수가 없다.

자전거는 마지막 하늘길을 향해서 달린다. 보경사를 지나 죽장면, 청송 방향을 향해 달린다. 청하시장을 지난다. 여기서 부터, 지난한 페달링을 해야 한다. 목적지는 해발 650m에 위치한 "경북 수목원"이다. 우리나라 수목원중 가장 높은 위치, 가장 큰 규모다.

거대한 수목원 뒤 산림은 청송땅이다. 그 유명한 상옥, 하옥 계곡이다. 그냥, 내리막을 쏘면 금방 도달할수 있다. 수목원 하늘길에서는 포항도 청송도 한꺼번에 즐긴다. 땀방울에 대한 보상이다. 여기는 "포항 하늘 자전거길"이다.

어촌마을인 여남지구에 만들어진 국내 최장의 해상 산책길인 스카이 워커
어촌마을인 여남지구에 만들어진 국내 최장의 해상 산책길인 스카이 워커

◆동해 종주길에서 만나는 우주(space)들

동해안 종주 자전거길은 해파랑길과 궤를 같이한다. 떠오르는 태양을 뜻하는 "해 ", 푸른 바다를 뜻하는 "파랑"의 결합은 동해 바다의 멋짐과 맛깔스런 조화를 이루어 선풍적인 걷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포항구간의 해파랑길은 16길 양포항에서 18길 화진 해수욕장에 이르는 길이다. 때마침, 이 길에는 우주를 닮은 조형물들이 인기 만점이다.

"스카이 워커(Sky Walk)"는 어촌마을인 여남지구에 만들어진 국내 최장의 해상 산책길이다. 높이가 7m, 길이가 463m에 달한다. 하늘에서 보면 마치 우주선을 닮은듯 큰 원형, 작은 윈형이 조화스럽다. 바닥이 투명유리로 되어 있어서 마치 바다위에 떠있는 색다른 느낌을 받는다. 자전거 여행의 별미다.

"스페이스 워크(Space Walk)"는 포항 환호 공원안에 만든 360도 청룡열차를 닮은 조형물이다. 독일 뒤스부르크 앵거공원의 롤러코스터를 벤치마킹했다고 하는데, 한눈에 봐도 신비스럽댜. 트랙길이가 333m, 계단갯수가 777개, 최고 높이 25m, 동시 수용인원 150명, 인기 만점이다. 하지만, 자전거족들에게는 언감생심이다. 체험하려면 최소한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이가리닻 전망대"는 이씨와 김씨가 한마음으로 사이좋게 살았다는 이가리 마을에 세워진 "닻을 닮은 조형물"이다. 높이10m 총 길이가 102m이고, 위에서 내려다 보면 닻을 빼다 박았다. 그 닻은 251km 떨어진 독도를 향한다. 해안산책로와 연결되어 있어, 다리 아래서 위로 바라보는 경치가 더욱 일품이다. 전망대 앞 바다에는 자연 수석전시관 마냥 다채로운 바위들이 즐비하여 사진이 멈출틈이 없다.

글·사진 김동영 여행스케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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