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은 '파격' 그 자체다.
황 행장은 지난달 2일 취임 첫날 취임식을 생략하고 직급별 직원, 노동조합 등과 대화하는 자리를 가졌다. 취임사는 비대면 영상으로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절약한 취임식 비용은 지역 내 아동복지시설에 가전과 침구 등으로 기부했다. 뒤이어 취임 후 처음 열린 임원회의에서는 임원들이 돌아가며 현안을 보고하는 방식에서 토론회 형식으로 방식을 바꿨다. 기존 일렬식 자리배치도 토론을 위해 마주 볼 수 있는 구조로 바꿨다.
그런 그가 행장이 되고서 대구은행은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취약차주 중도상환수수료 면제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중소기업 금융부담 완화 대출 상품도 선보였다. 모두 황 행장의 의지다. 어찌 보면 금리로 수익을 얻는 '은행'답지 않은 선택이 신선했다.
그래서 그가 걸어가려는 '지방은행, 대구은행이 나아갈 길'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황 행장이 생각하는 '따뜻한 금융'은 무엇인가?
▶따뜻한 금융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먼저 대구은행이 지역과 운명 공동체로서 지역민이 어려울 때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따뜻한 금융의 또 다른 의미는 금융의 문턱을 낮추어 더 많은 고객을 세심하게 찾아내어 1금융권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따뜻한 금융은 수익을 포기하고 퍼주기식 지원을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대구은행은 리스크를 감안한 적정한 수준의 금리로 수익을 창출하고, 고객은 기존보다 더 나은 조건에서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서로가 '윈윈'(Win-Win)하는 일이다. 또한 추가되는 수익의 일부는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나 보증재단 출연 등으로 지역사회에 다시 환원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따뜻한 금융을 다른 말로 '1.5 금융'이라고 하고 있다. 지방은행은 1금융권인 시중은행과 2금융권 사이의 역할을 해야 한다. 1금융권을 이용하기 어려운 고객 중에도 우량한 고객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2금융권에 가면 금리가 높다. 지방은행으로서 우리가 서비스해줄 수 있는 고객층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을 위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하는 따뜻한 금융을 실현해 나가겠다.
-'찾아가는 금융 실천'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안다. 어떤 의미인가?
▶예전에는 고객이 지점에 와야지만 금융 상품을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바일로 밖에서 편하게 금융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그러면 굳이 고객이 영업점을 올 필요가 없다. 그래서 이제 우리가 고객한테 찾아가야 한다.
요즘 DGB대구은행의 DGB를 '뒤집어'라고 한다. 이제 은행도 고객 관점으로 모든 걸 바꾸겠다. 오늘날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은 상담이다. 카페나 집, 사무실에서 송금도 할 수 있고, 금융 상품도 살 수 있는데 문제는 어떤 상품에 가입하는게 유리하냐는 것이다. 그걸 우리 직원들이 찾아가서 상담해주고, 자연스럽게 우리 상품을 판매하면 효율이 올라갈 것이다.
이제 어쩔 수 없이 점포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갑자기 영업점이 줄어들면 분명히 불편한 고객이 있을 것이다. 모바일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시니어 고객이 그 예다. 이분들도 배려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이동점포로 쓰는 버스가 있다. 그 버스가 예전에는 그냥 지점에서 바쁠 때 와달라고 하면 지원 가는, 은행 중심으로 쓰였다. 이제는 아파트마다 요일을 정해서 찾아가야 한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 점포까지 나오지 않으셔도 되도록 우리가 마을로 찾아가면서 비즈니스 하겠다는 관점이다.

-경제연구소, 경영컨설팅센터에 오래 몸담은 경제 전문가시다. 행장이 본 올 한 해 경제 전망과 그에 따른 은행 경영 주안점, 전략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올해 세계 경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현상의 지속, 고금리 기조 유지, 세계경기 침체의 장기화 등으로 세계경제 성장률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국내 경제 또한 부동산 시장 경기 침체, 고금리로 인한 내수 부진, 기업 투자 축소 등으로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행히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에서 소비자 물가 하락에 대한 긍정적 징후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하고 이에 따른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한국도 하반기부터는 점진적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역 경제를 이야기하면 자동차 산업이 수요가 많지만 공급이 원활치 않았던 측면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도 진정되면서 산업계에 수급이 어느 정도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대구의 자동차 부품 업계가 활기를 띠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좀 부담이 되는 부분은 부동산에서 미분양이 많다는 점이다. 이 부분만 잘 넘어간다면 대구에 큰 애로사항은 없을 것이다.
대구은행은 팬데믹 이후 가계·기업·정부 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금융긴축에 따른 부채 리스크 및 변동성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를 상반기 최우선 경영과제로 삼아 추진할 예정이다. 동시에 금리 하락 구간에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상품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수익성 개선을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황 행장부터 최근 은행 임원 선임까지 '역량 개발의 좋은 사례'라는 평이 나온다. 제너럴리스트보다 스페셜리스트가 주목받는 분위기라고 봐도 될지?
▶사실 과거에 은행에 들어와서 한 번 해고를 당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개인 역량을 높이는 것이 내가 살아남는 길이고, 은행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일반 은행원과는 다른 업무를 한 것이 관점의 차이를 만들었고, 그 덕분에 은행에서 하는 혁신 프로젝트에 가장 많이 참여한 직원이 됐다.
특히 은행 경제연구소에 있을 때 지방은행의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해야겠다 싶었다. 지금 국회도서관에 '지방은행'으로 검색하면 제 논문이 가장 많이 나올 정도로 지방은행은 어떻게 영업을 해야 하는지,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이 연구를 많이 했다. 석·박사 과정 때는 지역 산업을 이해하려고 섬유 기업 현장을 많이 가봤고, 논문도 많이 썼다.
이러한 연구 경험에 10년간 컨설팅 영업으로 얻은 현장 경험이 어우러지면서 차별성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조직에 더 많은 직원이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할 생각이다.
인사 쪽에 왔으면 인사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보통 한 업무를 맡으면 3년 이상 한다. 최소한 그 업무를 맡아서 나중에 나올 때는 진짜 전문가가 되어서 어디 가서 컨설팅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이런 부분을 인재개발팀에 강조하고 있다. 역량이 충분한 직원은 계속 발탁 승진하거나 그에 걸맞은 보상이 주어지도록 인사 방향을 제시하겠다. 모든 부분에서 우리 각자가 전문가가 되면 그 자체가 대구은행의 경쟁력이다.
-금융권에서도 주요 화두 중 하나가 디지털 전환이다. 대구은행의 진행 상황과 디지털 시대에 소외를 느낄 고객층을 위한 복안이 궁금하다.
▶대구은행은 지역에서 가장 편리한 은행으로 인식된다. 그 이유는 가장 가까운 곳에 많은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그러한 장점이 이제는 경쟁력 저하 원인이 되는 시기다. 그럼에도 대구은행은 지역의 지점을 급격하게 줄이지 않고 있다. '꿈과 풍요로움을 지역과 함께 하겠다'는 대구은행의 경영이념이 있어서다.
대구은행은 앞으로도 지점 수를 급격하게 줄이기보다는 지점 업무를 효율화하고 디지털 기술로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에 집중할 예정이다. 부득이하게 지점을 줄인다면 이동점포와 찾아가는 지점장, 태블릿 브랜치 등으로 공백을 줄이는 방법을 만들어내겠다.
점포 형태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시간에 지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대구은행이 지역에서 가장 편리한 은행으로 기억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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