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생동하는 도서관

차홍길 아양아트센터 전시기획팀 주임

차홍길 아양아트센터 전시기획팀 주임
차홍길 아양아트센터 전시기획팀 주임

한 해의 시작을 뒤로하고 어느새 2월 중순이 훌쩍 다가왔다. 2, 3월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학기나 졸업을 맞이하는 전환의 시기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먼 미래의 꿈을 위해, 혹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준비를 시작한다.

이들의 다양한 꿈만큼이나 그 꿈에 도달하기 위한 공부 방법 역시 가지각색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카공족'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카공족은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신조어인데, 따뜻한 커피와 함께 주변의 적당한 소음과 시선을 즐기며 공부를 하는 부류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독서실과 카페를 접목한 스터디 카페가 줄줄이 개업하는 등 요즘의 공부 공간은 다양화되고 있다.

반면 나의 학창 시절 공부 공간은 단연 도서관으로 대표됐다. 무료로 운영되는 공공 도서관부터 월 요금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독서실까지 네모난 책걸상에 앉아 집중하는 엄숙한 분위기로 운영됐다. 마치 수업 시간처럼 떠드는 학생들은 관리자에게 혼나거나 쫓겨나기도 했다. 도서관의 딱딱한 책걸상만큼이나 그곳의 이미지는 늘 엄격하게 유지됐다.

하지만 도서관은 현대에 들어서 고전적인 형식을 탈피했다. 논문, 문화 서적, 디지털 자료 등 수많은 종류의 자료들을 다방면으로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교육, 문화체험 시설과 책을 읽어주는 공간도 마련돼있어 그 분위기가 엄숙함에서 즐거움으로 변화됐다. 도서관과 미술이 만나 도서관 안에서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그와 관련된 미술 전문 서적을 열람할 수 있는 미술특화 도서관도 생기고 있다. 지난 2019년 개관한 의정부 미술 도서관은 곡선형 계단부터 바람개비 모양의 책장, 비정형의 의자들까지 건물의 모양새부터 자유로운 이미지를 마구 내뿜는다. 어두운 스탠드 조명등 대신 전면 유리창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내부를 밝게 비추고, 어린이들은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며 즐거워한다. 그뿐만 아니라 도슨트의 전문 해설도 더해져 도서관으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미술작품 감상과 이해를 쉽게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외에도 도서관 내부에 미술 작가들이 작업을 할 수 있게 공간을 대여해 주거나 작가들의 작업 공간을 관람객이 볼 수 있는 오픈 스튜디오 방식을 도입하면서 도서관과 문화를 연계하는 여러 방식의 운영이 시도되고 있다. 도서관과 미술 레지던시가 만나 새로운 다문화 복합공간으로 재탄생하고 한 공간에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21년에는 뒤이어 의정부 음악 도서관이 개관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복합문화공간의 연이은 개관 소식은 우리의 일상에 예술이 한 걸음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과거 특정 계층만의 전유물이었던 문화 예술 분야가 그 심오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이색적인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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