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중·후기 유교적 이념이 자리 잡기 이전 선조들은 자녀들에게 재산과 제사에서 동일한 권한과 책임을 함께 준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균분상속', '윤회봉사'(輪廻奉祀)를 통해 자녀들에게 재산도 공평하게, 제사도 공평하게 물려주면서 가족 간 갈등을 없앴다는 것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은 15일 이같은 내용의 재산균등상속과 '윤회봉사'가 일반적이었다"고 밝혔다.
조상제사는 혈통으로 이어진 조상을 추모·기억하는 의례다. 그래서 가문(집)을 계승하는 사람이 조상제사를 수행하도록 했는데, 유교의 가족이념에서는 장남이 이어받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이처럼 장남은 조상제사를 책임지면서 다른 형제들보다 더 많은 재산을 상속받았다.
하지만 유교의 혈통관념이 정착하기 이전에는 자녀균분상속과 윤회봉사가 일반적이었다. 이 습속은 재산을 균등하게 상속받으면 조상제사도 공평하게 지낸다는 원칙에 입각해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하고 있는 재산상속문서(분재기)에도 자녀균분상속과 윤회봉사에 관한 내용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1688년에 작성된 재령이씨 영해파종중에서 기탁한 분재기에는 남편을 잃은 부인이 5남 1녀의 자녀들에게 재산을 균등하게 상속하면서 윤회봉사를 당부하는 내용이 있다.
그리고 "딸은 선대 조상들의 기제사에는 참여하지 않더라도 아버지의 기제사는 형제들과 번갈아 지내고, 묘제에도 참여하도록 한다"고 했다.
이처럼 딸은 다른 집으로 출가하기 때문에 거주지가 멀리 떨어져 있어 부모 외 윗대 조상들의 기제사와 명절차례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종의 편의를 봐준 셈이다. 그런 만큼 당연히 상속 비율도 줄어들었다.
지금의 민법(제1009조)에는 아들·딸 구분 없이 자녀들이 재산을 균분상속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면서 조상제사의 주재자는 가족 협의에 따라 결정한다고 덧붙여 두고 있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자녀균분상속은 법률적 근거에 의해 이미 정착됐지만 조상제사의 계승은 법률이 아니라 관행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재산은 균등하게 물려받으면서 제사는 오롯이 장남에게 떠안기는 것에 불만을 토로하는 가정이 점점 늘어나는 실정이다.
한국국학진흥원 김미영 수석연구위원은 "자녀균분상속은 윤회봉사와 함께 시행되지 않으면 가족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조상에 대한 추모의 마음은 자녀 모두가 갖고 있기에 조상제사도 자녀들이 지혜를 모아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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