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무관의 국보

배한철 지음/ 매경출판 펴냄

얼마 전, 대한불교조계종이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을 2025년까지 바로 세우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높이 5m, 무게 70톤(t)으로 추정되는 바위에 부처를 조각한 이 마애불은 2007년 경주 남산 열암곡의 옛 절터에서 발견됐다. 조각면이 땅바닥을 향한 채 35도 가량 비스듬하게 엎어져 있었는데, 얼굴 조각과 바닥 면이 5㎝ 차이로 닿지 않아 훼손을 피했다.

'5㎝의 기적'으로 불리는 이 마애불은 오랜 세월동안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신라 불교조각 전개의 큰 흐름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 책은 이처럼 지금 당장 국보·보물로 지정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이름 없는 문화재, '무관의 국보' 35점을 소개한다. 역사적으로나 예술적으로 가치가 매우 높지만 국보·보물로 지정되지 않은 전국의 비지정 문화재를 찾아내 그 속에 담긴 역사적 의미와 문화적 가치를 설명한다.

'무관의 국보'가 된 사정은 여러가지다. 소장처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거나 출처 및 작가 불분명, 임대 형식으로 반환된 경우 등등. 이런저런 사정을 떠나, 국보급 문화재와 역사에 관한 깊이 있는 정보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발굴의 현장부터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 문화재에 담긴 옛사람들의 생각과 관점까지 들여다본다.

동양조각사의 최고봉 석굴암 본존불을 능가하는 무명의 통일신라 철불, 독일에서 80년 만에 극적으로 귀환했지만 국보·보물이 되지 못하는 겸재화첩 등 절절한 얘기부터, 물멍하는 선비 모습을 묘사한 고사관수도에 숨겨진 조선 최대 정치사건, 8폭 병풍에 어려있는 조선 개혁군주의 왕권 강화 야심, 활력 넘치고 풍요로운 18세기 말 평양 모습을 그린 평안감사향연도 등 다양한 문화재에 얽힌 역사적 비밀을 엿볼 수 있다. 숨겨진 문화재 중 탁월한 예술품을 발굴해 그 존재와 가치를 조명함으로써 우리가 문화재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고자 하는 게 이 책의 집필 취지다.

지은이인 배한철 기자는 경영학 박사지만 문화재와 한국사에 빠져, 전국 박물관과 유적지를 종횡무진 누벼오고 있다. 2021년부터는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으로도 활약 중이다. '한국사 스크랩', '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 등 베스트셀러 역사 교양서를 출간한 바 있다. 388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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