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룸 2.58

김도영 지음/ 깊은 나무 펴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김도영 지음/깊은 나무 펴냄
김도영 지음/깊은 나무 펴냄

이토록 '진심'이 가득 담긴 책은 오랜만이다. 인간은 변할 수 있을까? 책의 겉면에 적힌 문구가 인상적이다. 철학서일까. 아니다. 현직 교도관 이야기다. 교도소는 인간의 가장 어두운 민낯이 모인 집합체다. 비릿한 냄새를 품은 수만 개의 쇠창살 뒤 살인, 강간, 방화, 사기 등 수만 개의 범죄 얼굴이 있다. 이들과 24시간을 부대껴서 살고 있는, 어떻게 보면 그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현직 교도관이 교도소의 생활을 통해 과연 사람은 변할 수 있는 지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변하든, 변하지 않든 범죄 가해자들은 결국 다시 우리의 이웃으로 돌아오게 된다.

응보주의vs교화주의

형벌의 목적을 두고 늘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다. 사람을 해하였으면 그에 마땅한 값을 치러야 한다는 것과 교육과 재사회를 시켜 다시 사회로 돌려보내자는 것이다. 양극에 놓인 이 두 가지 목적에서 저자의 마음은 괘종시계 추처럼 수십 번 왔다 갔다 한다.

"오늘 내가 만난 살인자는 멀리 두고 경계해야 하는 존재일까, 가까이 두고 보호해야 하는 존재일까. 처벌일까, 교화일까."

수감실이 좁아 못 살겠다, 독방에 가고 싶다, 몸이 아픈데 왜 약을 주지 않냐…. 허구한 날 작은 쇠창살의 문에 붙어 교도관을 향해 소리치는 범죄자들. 구구절절한 가족들 사연에 눈물 흘리며 죗값을 치르고 다시 나간 사회에서 번듯하게 살아내겠다고 우는 범죄자들. 저자는 전자의 모습에 공황장애까지 올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다, 후자의 모습에 어느덧 마음이 짠해져 그들의 교화를 적극 돕겠다 나선다. 하지만 이내 구구절절한 사연이 거짓이거나 재범을 저질러 또 교도소를 찾는 이들의 모습에 무엇이 옳은 건지 마음은 하루에도 수백 번 흔들린다.

"이곳(교도소)에서 나를 찾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나는 내 자신을 완전히 찾지 못했다. 무뎌지지 않으면 내가 이 일을 버텨낼 수 있을까? 정말 인간은 변할 수 있을까? 혼란으로 멀미가 심해진다…사람을 살해한 자에게 철퇴를 내리고 싶은 내 안의 마음과 실제 살인자와의 대화에서 보이는 내 부드러운 말투에는 심한 괴리가 있다. 내 안은 이미 모순으로 가득하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는 고뇌로 가득찬 내면에 대해 고백한다. 수차례 사람을 믿고 배신당하면서 마음을 다쳐 위태롭지만 그래도 또 사람을 믿는다. 앞서 진심이 느껴진 책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바로 이 대목 때문이다. "변하겠다" 수감자의 입술 주위에서 흩어져버릴 가벼운 말인지, 스스로의 삶을 다시 만들어낼 무거운 다짐인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또 사람의 마음에 뛰어든다. 저자는 상처를 받으면서도 형이 끝나 사회로 돌아갈 수감자를 잘 보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책이 따뜻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교도소의 사계절을 겪으며 풀어낸 에피소드 중간중간 에 교도관의 인력난 문제가 적절히 섞어있다. 교도소 수감 인원은 정원 초과된 지 오래고, 좁은 공간에서 비롯된 수감자 사이의 분노와 폭력은 교도관에게 오롯이 향한다. 인력난에 허덕이고, 과도한 근무시간에 압박받고, 우울과 탈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수면 장애를 앓고 근무지에 투입되는 교도관들이 늘고 있다고 고백하는데 이로 저자마저 이미 숱하게 동료를 떠나보냈다.

이런 현실 고백을 저자는 '외로움 외침'이라고 표현하는데, 교도관을 취재한 경험이 겹쳐서일까 슬쩍 힘을 보태본다. 교도관 1명이 살펴야 할 수감자 숫자가 많아질수록 수감자의 교화 생활엔 구멍이 생기고 이로 인해 누군가(교도관)는 또 억울한 화살을 맞아 스스로의 목숨을 끊어낼지 모른다.

그래서 인간은 변할까?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 저자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매번 믿음과 상처 사이를 뫼비우스 띠처럼 돌고 도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기자는 믿는다. 이런 진심 어린 행위 자체만으로도 사회로 다시 돌아가 우리의 이웃이 될 어느 범죄자가 깊은 반성을 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시간에도 고군분투할 전국의 모든 교도관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232쪽, 1만6천원.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